‘민중미술이 과연 부활할까?’
올해 미술계의 화두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 거셌던 만큼 정치적 이슈가 당시 화단을 지배했다. 민중미술 아니고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했던 시대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단색화 열풍 속에 민중미술이 단색화를 이을 블루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현재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는 ‘리얼리즘의 복권’이라는 제목으로 권순철 고영훈 신학철 황재형 민정기 이종구 임옥상 오치균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이 기획전에는 100여점이 나왔으며 민중미술의 한정된 틀을 벗어나 리얼리즘(사실주의)이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1980년대를 조망했다. 오치균과 고영훈이 기획전에 포함된 이유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옥션에서는 오윤과 신학철 등 민중미술 계열 작가들의 작품이 나와 경합을 걸치며 낙찰돼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의 응답이 예상만큼 뜨겁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중미술에 대한 담론은 풍성하게 형성되고 있고 오윤과 신학철 등 일부 작가들의 작품 값은 오름세지만 아직은 단색화만큼의 폭발성과 파급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냉정한 평가다.
가장 큰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해외 수요가 약하다는 것이다. 한 화랑 대표는 “민중미술이 미술사적으로 너무 중요하지만 아직은 해외서 연구한 사례가 거의 없고 외국 미술관에서 소장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서 바람이 분 단색화처럼 열풍이 불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색화는 글로벌 추상 회화 붐과 맞물리면서 해외에서 먼저 주목했고 또한 서구 미니멀리즘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한국의 특수성이 인정되며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 보편성과 특수성을 두루 갖춘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색채가 너무 짙은데다 다소 노골적인 민중미술을 해외에서 받아들일까가 과제로 지적된다. 해외 연구자들이 아직 민중미술에 대한 이렇다할 비평과 작가론을 쓰지 않는 것도 한계로 지목된다.
한 미술 평론가는 “쩡판즈와 장샤오강, 위에민준 등 중국의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서구의 주목을 받은 것은 중국 현실을 특유의 저항코드로 비튼데다 은유와 풍자가 있기 때문인데, 한국 민중미술은 작가 군은 넓을지언정, 깊이가 깊지 않다”고 꼬집었다. 물론 민중미술을 무조건 터부시했던 예전에 비해 최근 인식이 긍정적으로 돌아섰고 민중미술의 형태가 공공미술과 실험미술로 외연을 넓혀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술사에서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조류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장이 응답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컬렉터들도 신중한 분위기 속에서 화랑과 옥션에 문의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용어에서 오는 거부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미술계는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도입했지만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중미술 작가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학고재갤러리는 다음달 초 주재완 개인전을 열며, 서울시립미술관은 4월 북서울미술관에서 민중미술 기획전과 서소문 본관에서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이 1990년대 기증한 민중미술 작품을 상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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