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프랑스 연출이 그리는 남북분단 이후 서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김영하 작가의 소설 ‘빛의 제국’이 연극으로 재창조된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국립극단과 프랑스의 오블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빛의 제국’은 구성이 독특하다. 작품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이면서 불행한 분단이라는 현실을 그리고 있지만, 정작 대본을 쓰고 연출하는 이들은 프랑스에서 온 ‘이방인’들인 것이다.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진행됐던 ‘빛의 제국’ 제작발표회에서 김윤철 예술감독은 “한국의 작품을 프랑스 작가가 각색해서 프랑스 연출이 연출하는 작품을 통해 분단이라는 문제를 이방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이는 이 작품 제작의 초점이 됐다”고 전했다.
↑ 사진=국립극단 |
이어 “한 번은 연습장에 갔더니 샤워를 남자 둘이 같이 하는 부분을 놓고 상의를 하더라. 우리 눈에서는 남자 둘이서 샤워를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데, 외국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한 부분에서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며 “분단이라는 정치적인 현실을 이방인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뿐더러 문화적 차이가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빛의 제국’은 현대적이고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조망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각색과 연출은 프랑스인 발레리 므레장과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각각 맡았다. 작년 ‘스플렌디즈’를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났던 바 있었던 노지시엘 연출은 “국립극단 쪽에서 먼저 일할 의향이 있느냐 메일을 보내주었다. 프로젝트가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한국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 마음에 그냥 예라고 했다”며 “처음 서울에 방문하기 전에 소설(‘빛의 제국’)을 한 번 읽었는데 굉장히 재밌었고, 분단의 현실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설이 흥미로웠다”고 ‘빛의 제국’의 연출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세대를 건너 전달되는지 표현하고 싶다”고 밝힌 노지시엘 연출은 “프랑스 연출가로서 한국의 어떤 역사적 사실을 대하면서 감동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됐다. 진짜 가슴이 찢어지는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빛의 제국’을 통해 이를 알 수 있게 돼서 행운”이라며 “‘죽음’과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국적의 스태프들이 ‘빛의 제국’을 위해 뭉쳤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 사진=국립극단 |
극은 ‘잊혀진 스파이’로 서울에서 20년을 살았던 김기영이 ‘모든 걸 버리고 24시간 내에 귀환하라’라는 명령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서울에서의 인생을 청산하며 단 하루 동안 인생을 통째로 다시 사는 남자 김기영과 이전과 같은 듯 다른 하루를 보내는 여자 장마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는 것은 원작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원작의 분량이 방대한 만큼 노지시엘 연출가는 이를 두 시간 분량으로 압축하기 위해 스파이의 하루를 따라간다는 큰 틀은 살리되 과감한 각색을 시도했다. 실제 배우들의 기억이 덧붙여져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지시엘 연출은 “극중 주인공들은 진실과 거짓, 꿈과 무의식, 현실과 허구의 희미한 경계선을 탐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철 예술감독 또한 “지난 60년간 반복됐던 것 중 하나가 ‘분단’이다. 분단이라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고 흘러오면서 북은 북대로 목표를 상실했고, 우리는 물질의 풍요 속에서 무엇을 추구해야하는가를 상실했다. 배우들의 개인사가 들어가서 시의적인 내용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기영 역은 지현준, 장마리 역은 문소리가 연기한다. ‘빛의 제국’을 통해 6년 만에 연극으로 복귀하게 된 문소리는 “극중 장마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변화된다. 변화되는 과정 속에는 한국의 역사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연결돼 있었다. 쉽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좋은 연출가와 동료들이라면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출연하게 된 동기에 대해 밝혔다.
한편 연극 ‘빛의 제국’은 오는 5월17~21일 오를레앙국립연극센터에서도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