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한 그녀(한국) |
‘내가 니 할매다’는 ‘마이가 결정할게2’에 이은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다. 심은경이 열연한 ‘수상한 그녀’(865만명)의 틀은 가져오되 베트남 특성에 맞게 현지화시켰다. ‘원소스 멀티테리토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의 두 번째 성공작이다. 지난해 1월 중국 전역 55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20세여 다시 한 번’은 1200만 명이 보고 3.65억 위안(한화 657억원)의 매출을 올린 첫 번째 성공작이 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나이든 사람이 젊음을 추구한다는 이야기 속에 흘러가는 노년층과 젊은층의 교감, 동양적인 ‘가족애’라는 메시지가 보편적인 울림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개봉 앞둬
올해 4월엔 일본판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중국·베트남에 이은 세 번째 리메이크작이다. 주요 관객층인 중장년과 여성 관객을 겨냥해 ’고부관계’ 스토리를 ‘모녀관계’로 각색했다. 원작처럼 슬랩스틱 유머는 유지했고 일본 특유의 만담과 말장난을 로 버무렸다. 태국판과 인도네시아판도 연내 개봉 예정이다.
‘수상한 그녀’의 ‘현지화 열풍’은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 방식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방식은 네 가지였다. ‘해외 수출’ ‘해외 직접 배급’ ‘단발성 리메이크’(미국판 ‘올드보이’ 등) ‘유명 감독·배우들의 해외 영화 참여’(박찬욱 감독 ‘스토커’ 등). 하지만 지난 100년간 전 세계적 배급망을 갖춘 헐리우드에 대적하긴 무리라는 게 업계 판단. 현지화 전략이 대안으로 꼽힌 이유다.
CJ E&M 관계자는 “기획단계부터 한국 관객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춘 영화를 해외에 이식할 경우 ‘문화적 이질감’이 문제로 대두된다”며 “중국 자본의 국내 콘텐츠 시장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 속에 ‘수상한 그녀’의 현지화 성공은 한국영화가 해외로 진출할 새 활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멜로 라인’ 가미
중국판 ‘20세여 다시 한 번’은 현지 정서에 맞춰 멜로 라인을 강조했다. 한국 관객이 주연 배우의 코믹한 연기에 재미를 느낀다면 중국 관객은 중심 인물들 간 멜로 라인에 흥미를 느낀다고 봤다.
현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디테일도 잘 살렸다. 중화권 국민가수 ‘등려군’의 노래를 써 현지 관객의 감성과 향수를 자극했다. 주인공이 젊은 처녀가 되고 이를 체감하는 장소를 원작의 찜질방이 아닌 공원으로 바꿔 그곳에서 신명나게 광장댄스를 추게 했다.
주요 스탭도 거의 중화권 출신이었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중견배우와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스타를 적절히 기용해 관객 만족도를 높였다. 아이돌 그룹 EXO 멤버인 ‘루한’의 인지도를 활용해 초반 이슈화에 집중하는 등 입소문과 재관람 열풍을 확산시켰다.
단순 ‘리메이크’가 아닌 ‘동시기획’임을 강조한 마케팅도 주효했다. 한국의 원작자와 감독, 배우가 현지를 방문해 원작 이상의 작품임을 강조했다.
◆베트남은 ‘코믹’ 강조
반면 베트남판은 코믹 강화에 주력했다. 슬랩스틱과 말장난 등 현지화된 유머코드를 담고자 조연진도 실제 코미디언들을 섭외했다.
CJ E&M 관계자는 “원작의 경우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주된 재미였다면 베트남에선 실제 코미디언들이 벌이는 코믹한 연기를 흥행 요소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극중 할머니와 손자 관계 또한 강화해 베트남 관객이 중시하는 가족애를 잘 살려냈다.
흥행은 시작은 입소문이었다. 현지 정서에 맞는 영화 음악과 주조연 배우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기존 베트남 영화에서 전례 없던 일주일 빠른 언론 배급 시사회, 레드카펫 행사, 씨네 투어, 버스 광고, 버스킹 , 온라인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이 속속 진행됐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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