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증거물이다. 나는 우리 모두가 이 비극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또한 작금의 난민위기는 아마도 유대인 대학살 이후 전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최대 비극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지안 프랑코 로시 감독)
유럽 난민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6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큐영화가 극영화를 제치고 이 영화제 최고상을 거머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저녁 (현지시간)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를 위원장으로 하는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탈리아 감독 지안프랑코 로시(52)가 연출한 ‘파이어 엣 시(Fire at sea)’를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쟁작은 총 18작품이었다.
‘파이어 엣 시’는 12살 난 학생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을 등장시켜 난민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람페두사 섬은 내전이 들끓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으로 오는 난민이 처음 도착하는 곳이다.
로시 감독은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에리트레아 태생으로, 그 또한 이민자 출신이다.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1993년 졸업작품 격인 ‘보트맨’으로 데뷔했다. 2013년에는 로마를 다룬 다큐 작품 ‘SACRO GRA’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메릴 스트립 위원장은 “이 작품이 베를린영화제가 지향하는 중심부에 닿아있는 영화”라며 선정 사유를 밝혔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앞서 디터 코슬리크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자체를 난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밝혔던 만큼 이번 영화제에선 난민을 다룬 작품에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은곰 심사위원대상은 유고 출신의 다니스 타노비츠 감독이 연출한 ‘데스 인 사라예보(Death in Sarajebo)’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호텔 구성원 파업 등 에피소드를 다룬다. 최우수감독상(은곰상)은 프랑스 감독인 미아 한센-로브
반면 한국영화는 올해로 3년 연속 이 영화제 황금곰상의 공식 경쟁부문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영화가 공식 경쟁부문에 든 건 2013년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마지막이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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