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연극 ‘헤비메탈 걸스’는 흔히 말하는 흥행공식과 거리가 먼 작품이다. 여성 관객이 주를 이루면서 남자 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다른 대학로 공연들 달리 중년의 여성들이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여배우들이 주축을 이루는 ‘헤비메탈 걸스’는 브로맨스가 가득한 대학로에서 흥행청신호를 밝힐 수 있을까.
‘헤비메탈 걸스’은 주인공은 15년을 근속한 회사에서 정리해고 위기에 놓인 4명의 여사원이 사장님의 눈에 들기 위해 헤비메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극중 주인공은 주영, 은주, 정민, 부진, 임산부와 서른아홉 살의 유부녀, 노처녀들이다. 이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요란하고 시끄러운 헤비메탈이란 갑자기 불어 닥친 구조조정과 실직 같은 것이다. 새로운 사장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작정 헤비메탈 학원을 찾아간 이들은 전직 헤비메탈 밴드 출신의 괴팍한 두 남자에게 단기속성과정으로 한 달 만에 헤비메탈 강습을 받게 된다.
작품에서는 잘생긴 남자배우를 찾을 수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무대 위 오르는 남자들이 전직 ‘헤비메탈 가수’인 만큼 거칠고 괴팍하다보니, 그곳에서 ‘잘생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정돈되지 않은 긴 머리와 과장되고 야성적인 움직임은 멋짐보다는 코믹에 가깝다. 극의 주인공이 되는 여자들 역시 ‘예쁨’과 거리가 멀다. 정리해고 대상자들인 만큼 등장만으로 삶에 찌들어 있음을 물씬 풍긴다.
많은 이들의 염려 속에도 ‘헤비메탈 걸스’가 무대에 오른 단 하나의 이유는 공연에 다양성을 위해서였다. 김수로는 “연극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여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이 올라와야 하는데, 꼭 장사가 되는 부류의 작품들만 무대에 올라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며 “우리 문화가, 그리고 연극이 다양하게 가기 위해서 이러한 부분이 활성화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면 갈수록 여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힘들어지는 공연시장에 대한 불안은 ‘헤비메탈 걸스’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었다. 목이 쉬고 다치면서도 ‘헤비메탈 걸스’의 연습에 참여하고 무대 오르는 배우들은 “작품도 좋지만, 대학로에 여배우가 많이 나오는 공연은 흔치 않다. 우리 공연은 티켓파워가 있는 여배우들이 아닌 연기 잘하는 여배우들이 많은공연이다 보니 걱정이 많다. 관객들이 많이 참여하실까 싶은데, 한 가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 출연하는 여배우들 모두 남자배우를 능가하는 매력을 가졌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극중 나이와 같이 실제 마흔을 맞이했다고 고백한 박지아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모든 것은 겪어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 속 ‘헤비메탈 걸스’는 무척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거는 기대를 드러냈다.
여성들이 이끌어 가는 연극 ‘헤비메탈 걸스’는 6월12일까지 서울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