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역시 초연 배우는 달라도 뭔가 달랐다. 관능미는 무르익었으며, 능청스러운 입담과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밀당능력은 경지에 이르렀다. 새롭게 단장한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이하 ‘헤드윅’)은 조승우가 홀로 이끌어 나가는 130분간의 콘서트와 같았다.
조승우가 연기하는 헤드윅은 동독 출신 실패한 트랜스젠더이자 록 가수이다. 동독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수술을 감행하지만, 잘못된 수술로 인해 6인치에서 5인치만 잘려나가고 1인치만 남기게 되면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이른바 ‘화난’ 살덩이를 가지게 된다. 어찌됐든 힘든 성전환수술까지 받고 자유의 상징 미국에 건너오지만 결혼 1년 만에 이혼을 당하고, 이후 베르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이후 소년 토미와도 사랑에 빠지지만 토미 역시 그를 철저하게 배신한다. 이후 헤드윅은 투어 중 만난 드랙퀸 이츠학을 미국으로 데려오고, 이츠학은 헤드윅과 록밴드 앵그리인치 밴드의 멤버가 된다.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로 돌아온 ‘헤드윅’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무대였다. 소극장 규모에서 중소극장으로 더욱 커진 것이다. 극중 록스타 토미의 스토킹 투어를 하는 헤드윅은 그가 뉴욕의 중심부인 타임스퀘어에서 공연하게 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건너편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을 빌리게 된다. 헤드윅이 무대에 오르게 된 극장은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린 뮤지컬 ‘정크 야드’(Junk Yard)의 무대. 헤드윅은 폐차장으로 꾸며진 ‘정크야드’의 무대가 철수되기 하루 전날, 단 하루만 극장 사용을 허락받게 된다. 그렇게 헤드윅은 이에 따라 내일이면 사라질 한 뮤지컬의 세트 위에서 일생일대의 공연을 하게 된다.
조승우와 ‘헤드윅’의 인연은 매우 깊다. 2004년 초연배우이기도 한 조승우는 2005년, 2007년, 2013년, 2014년, 그리고 2016년 ‘뉴 메이크업’까지 무려 여섯 시즌동안 ‘헤드윅’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헤드윅’ 무대에 올랐던 조승우인 만큼 ‘조드윅’으로 불리는 그의 무대는 단어 그대로 ‘능수능란’이었다.
공연이 펼쳐지는 130분의 시간 동안 그는 온전하게 헤드윅으로 변해 있었다. 빨대로 물을 마시는 자세마저 남다른 조승우의 행동거지와 여성스러운 말투는 이미 조승우가 아닌 헤드윅의 것이었다. “뭐 볼게 있다고 이렇게 많이 왔어”라며 관객들을 향해 새침하게 말한 조승우는 1층 관객에게는 금손, ‘피케팅’ 속 늦은 클릭으로 2층으로 밀려난 관객들에게 ‘곰손’이라고 타박을 하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구미베어’ 장면에서는 “구미베어, 손이 없어, 곰손”이라며 2층을 바라보는가 하면, 이후 ‘우리 귀여운 구미베어’라는 애칭을 붙여주며 관객들을 쥐락펴락 한다. 수위를 넘나드는 질펀하면서도 짓궂은 농담마저 사랑스러워 보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바탕으로 현실과 극을 넘나드는 조승우의 애드리브와 관객에게 말을 걸고 이에 반응하는 소통은 관객들로 하여금 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어느덧 관객들은 뮤지컬 ‘헤드윅’이 아닌 가수 헤드윅 콘서트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헤드윅’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극이다. 130분 동안 펼쳐지는 헤드윅의 콘서트 속 관객들은 그저 헤드윅의 감정을 따라 갈 뿐이다. 조승우는 콘서트 중간 중간 던지는 대사와 록 스타일의 넘버 속에 헤드윅의 기쁨과 분노, 외로움, 슬픔, 고통, 환희를 꾹꾹 눌러 담아 무대 위에서 폭발을 시킨다. 헤드윅의 노래와 몸짓에 열광하고 호흡하던 관객들은 극이 하이라이트에 치닫게 되는 순간 가슴 뭉클함과 깊은 감동,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끼게 된다. 공연이 끝나고 남는 여운은 마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나온 듯 길고 오래 간다.
한편 ‘헤드윅’은 5월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