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글로리데이’ 주연 류준열 지수 |
◆ 가난한 청춘의 비애, ‘수색역’
‘수색역’(31일 개봉)은 여러모로 아픈 영화다. 주류 사회에서 밀려나 희망 없이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의 버거운 삶을 건조하게 그려낸다. 원선(이태환) 상우(공명) 윤석(맹세창) 이진성(호영). 이른바 ‘빽’도 없고 ‘돈’도 없는 가난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다.
때와 장소는 1994년 서울의 수색동. 2002년 월드컵 유치가 확정되자 난지도가 자리한 이곳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매일 쓰레기차가 오가고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버려진 동네에 재개발 업자들이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명이 관련된 일을 하고부터 이들의 우정이 삐걱댄다.
청년으로 돌아온 아역 출신 맹세창(윤석 역)을 제외하면 남은 세 배우는 관객에게 낯설다. 실제로 이태환(원선 역)은 오디션 당시 연기 경력이 한 달에 불과했던 터다. 낮밤 가림 없이 최승연 감독에게 연락해 배역에 대한 열의를 전하며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최 감독은 매일경제와의 서신에서 “호영(이진성 역)은 아예 예비군을 막 끝낸 군복 차림으로 오디션 현장에 달려왔다. 오디션을 본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그지없이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단편과 장편으로 차곡차곡 쌓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친구였다”고 전했다.
공명(상우 역)과 관련해선 “가장 거칠고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는 상우의 이미지를 놀라운 집중력으로 소화해냈다. 단 한 번의 오디션으로 캐스팅됐고 현장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연기력이 내내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 우정의 파열음, ‘커터’ ‘글로리데이’
‘커터’(30일 개봉)의 세준(최태준)과 윤재(김시우)도 일종의 버려진 청춘이다. 세준의 아버지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고 윤재의 홀어머니는 이름 모를 병으로 장기 입원중이다. 세준은 그런 아버지를 보살펴야 하고 윤재 또한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고자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한다.
어느날 공고로 전학가게 된 윤재는 그곳의 이른바 ‘짱’인 세준의 친구가 된다. 그의 도움으로 ‘두 형님’을 알게 되고 정체가 불분명한 ‘일’을 얻는다. 룸이 있는 술집에 호출되면 ‘두 형님’이 지목한 여성 무리에게 다가가 합석을 성사시킨 뒤 천천히 뒤로 빠진다.
최저시급의 여느 알바보다 쉽고 일당도 두둑해 윤재는 만족한다. 생전 처음 병원비 마련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뿐더러 나름의 경제적 여유마저 누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의 내막이 범죄로 귀결됨을 알게 된 윤재는 자신을 끌어들인 세준과 갈등을 빚게 된다.
최태준과 김시후의 앙상블을 지켜보는 건 쏠쏠한 재미다. 특히 ‘페이스 메이커’(2012) 이래 두 번째 작품인 최태준의 포커페이스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한 청년의 무너진 내면을 덤덤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표현해낸다.
반면 ‘글로리데이’(24일 개봉)의 네 청춘은 마치 하얀 도화지 같다. 앞선 영화들이 사회의 민낯을 너무 일찍 겪어낸 청춘의 비애를 묘사한다면 ‘글로리데이’는 그 비루함을 아직 체감 못한 순진한 청춘들을 그려낸다. 입대를 압둔 상우(김준면)와 함께 네 청년이 포항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의문의 한 사건에 휘말린다.
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경찰과 부모의 시선으로 다루면서 어른들이 만들어낸 세상의 위선과 모순을 들추어낸다. 청춘 스타로 떠오른 류준열과 더불어 향후 충무로를 종횡무진할 세 신인의 신선한 연기를 관
중견급의 소위 ‘돈 되는’ 배우들이 연출자만 달리하며 거의 모든 상업영화 주연을 꿰차는 요즘이다. 특정 나이대 배우들의 쏠림현상이 유독 심한 충무로 영화판에서 세대 교체가 절실해진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들 신예 배우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바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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