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맨 v 배트맨 |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야심차게 기획한 이 영화는 지난 4일 2만7313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개봉 12일 만에 200만 관객(201만743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넘겨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냈지만, 디씨코믹스의 양대산맥이라 할 배트맨과 슈퍼맨의 맞대결 치고는 꽤나 저조한 성적이었다. 반면 같은날 한 달 넘게 앞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2만4797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했다.
뭔가 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1위 같지 않은 1위 같다랄까. 이 느낌을 더 짙게 만드는 건 개봉 첫째주 주말과 둘째주 주말의 성적을 비교했을 때다. 개봉 첫째주 주말(3월 26~27일) '배트맨 대 슈퍼맨'은 총 91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비교적 괜찮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둘째주 주말(4월 2~3일)에 판세가 고꾸라졌다. 28만 관객에 그쳐 25만을 모은 '주토피아'와 별 차이가 없었다. 온•오프라인 상으로 '진정한 승자는 주토피아'라는 말이 부유해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었다.
이런 추세는 국외도 예외 없었다. 물론 첫날 성적은 폭발적이었다.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개봉 첫주 북미에서만 1억66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역대 개봉작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흥행 수익은 4억2410만 달러로 첫주 흥행 영화로는 4위였으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의 개봉 첫주 기록(1억6000만 달러)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처음 성적에 불과했다. 둘째주 주말에 이르자 5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치며 무려 69%의 드롭률을 보였다. 국내 관객 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임을 방증했다. 연초 '데드풀'은 개봉 둘째주 57.4%를, 지난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59%의 드롭률을 보이는 데 그쳤던 바다.
수치로 드러난 관객의 잇단 외면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디씨코믹스의 '진지함'과 '엄숙주의' 탈을 벗지 못한 고전 영웅들에 대해 신구 관객이 느끼고 있는 피로감이 커진 데다, 이를 만회할 수 있을 만한 '색다름'이 이번 영화에선 좀체 발견하기 힘들었단 사실이다.
외려 헐리우드 영웅물의 선점권을 마블코믹스에 내주고 만 디씨코믹스의 입장에서 그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너무 조급하게 두 연로한 영웅(1938년생 슈퍼맨과 1939년생 배트맨)을 뒤섞은 모습이었고, 그로 인해 극적 개연성의 상당 부분을 놓쳐버렸다.
이로써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 개별 영웅이 단독 출연하는 작품을 지난 세월 꾸준히 선보이며 영웅 종합세트(어벤져스 시리즈)를 성공리에 안착시킨 마블과 달리 디씨가 향후 안고 가야할 고민과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억5000만 달러(2864억2500만 원)라는 무지막지한 제작비를 쏟아부어 눈과 귀를 압도하는 스펙터클을 재현한 건 그 자체로 칭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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