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흑흑흑 희희희’은 제목처럼 눈물이 흐르기 전에 웃음이 나고, 웃다가도 눈물이 나는 작품이다. 비극과 희극 사이, 삶과 죽음 사이, 눈물과 웃음 사이, 사랑과 외로움 사이, B급 개그와 신파 사이, ‘흑흑흑 희희희’는 대조적인 상황을 표현하지만, 그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다양한 감정을 건드린다.
한때는 세상을 웃게 하고 싶어 했지만, 현재는 안티팬 100만 명을 거느리고 있는 무명 개그맨 진흑철은 안티팬 100만을 거느리고 있다. 코스모스 병원에서 퇴원하려던 찰나, 그는 우주에서 3년간 머물러 심장에 문제가 생긴 희귀병을 앓는 연백희를 만나게 된다.
아무리 우스운 얘기를 해도 당최 웃음을 짓지 않는 연백희 앞에서, 진흑철은 시답지 않은 얘기를 늘어놓거나, 몸을 동동 튕기면서 온갖 개그를 펼쳐내기도 한다. 그런 진흑철에게, 연백희는 “내 마지막 친구가 되어줘”라고 뜻밖의 제안을 한다.
↑ 사진=맨씨어터 |
연백희는 더없이 외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자신의 꿈을 향해 우주로 향했지만, 공부만 하느라 친구도 없고, 진한 사랑도 못해본 인물. 게다가 어머니 임종도 못 치르고 우주 정거장에 있었지만, 결국 얻은 것은 생존율 1%의 희귀병이다. 진흑철도 만만치 않다. 웃음을 가득 전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었지만 함께 무대에 선 파트너이자 연인은 곁을 떠나고, 남은 건 그에게 옮은 병과 안티팬 100만이다.
듣기만 해도 안타까운 이들 외에도 17살에 불치병을 앓고 있는 소년 김연소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소녀 박태림이 등장한다. 각각 호남, 호녀로 만담을 펼쳐내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높인다.
또, 사랑을 갈구하는 간호사 계일주나, 20년 째 숨어서 담배를 피면서 속 앓이를 하는 고유순 등의 등장은 외로움 속에서 살아갈 수 없는 우리 내 심경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특히 배우들의 호연은 극의 집중을 조금도 흩트릴수 없게 만든다.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오른 전미도는 한없이 외롭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인물 연백희로 분해, 죽음을 앞둔 두려움부터, 짓궂은 장난, 눈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저민다. 이창훈은 개그맨 못지않은 성대모사와 몸놀림, 입담과 장난기로 웃음을 전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할 수밖에 없는 진흑철 역으로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김대종과 이은은 각각 호남 호녀라며 만담을 펼쳐내 마냥 신파일 수 있는 작품에 간간히 웃음을 전한다.
‘흑흑흑 희희희’는 제목처럼 웃음도, 눈물도 많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비록 누군가는 결국 떠나고, 흑흑흑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希), 기쁨(喜), 행복(禧)은 항상 함께할 것이라는 조용한 위안을 건넨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