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Cannes). 매년 5월이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고의 영화적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1946년 첫 개최 이래 국제 영화계의 ‘메카’로 그 명성을 널리 잇고 있는 이 ‘시네마 축제’는 전 세계 거장 감독들이 대거 참석해 지구촌 시네필 간 ‘만남의 장’을 이룬다. 오는 5월 11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될 ‘제69회 칸 영화제’도 마찬가지로, 이번 축제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몇 가지 짚어 봤다.
◆한국 영화 대거 진출
우선 주목할 건 박찬욱, 나홍진, 연상호 감독이 이 영화제 경쟁·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는 점이다. 특히 박 감독 ‘아가씨’의 경쟁 부문 진출은 자못 고무적이다. 국내 영화로는 4년 만으로, 홍상수 감독 ‘다른 나라에서’, 임상수 감독 ‘돈의 맛’이 ‘제65회 칸 영화제’(2012)에 초청된 이래 이렇다 할 진출작이 없던 바다.
이로써 박 감독은 세 번째 칸 경쟁 부문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제57회 칸 영화제’(2004)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제62회 칸 영화제’(2009)에서 ‘박쥐’로 심사위원을 타냈던 그다. 순제작비 120억 원을 들인 ‘아가씨’는 ‘박쥐’ 이후 공백기를 거친 그의 국내 복귀작으로,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그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가 된 소녀(김태리)를 두고 펼쳐지는 스릴러물이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5월 12일 개봉)의 비경쟁 부문 진출도 반가운 일이다. 나 감독 역시 세 번째 칸 영화제 진출인데, ‘추격자’로 ‘제61회 칸 영화제’(2008)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황해’로 ‘제63회 칸 영화제’(2011)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던 바다. 이번 영화는 한 외지인이 전남 곡성을 방문하며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과 그것을 추적하는 경찰과 무속인 간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7월 개봉)도 올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의문의 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덮친 극한의 상황을 그려낸 재난형 블록버스터다.
◆예술영화 거장들의 향연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로 개막을 알리게 될 이번 영화제는 칸이 사랑하는 거장들이 대거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작년보다 한 편 더 늘어난 20편이 진출했고, 황금종상을 둘러싼 치열한 경합을 예고하고 있다.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27)은 ‘단지 세상의 끝’이란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열 아홉 살에 ‘아이 킬드 마이 마더’로 칸에 발을 들인 뒤 차기작 ‘하트비트’ ‘로렌스 애니웨이’ 등으로 잇단 칸의 러브콜을 받아 온 천재 연출가다. ‘제67회 칸 영화제’(2014) 최연소 심사위원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최고령 감독은 ‘블루칼라 시인’ 켄 로치(79·영국)다. ‘나, 다니엘 브레이크’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니, 이번이 무려 열 세 번째다. 사회주의 신념에 대한 굽힘없이 ‘레이닝 스톤’ ‘빵과 장미’ 등 노동 계급과 빈민을 포괄하는 열렬한 영화 작업을 펼친 거장이다. 이번이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만 셋이다. ‘언노운 걸’의 다르덴 형제(벨기에)는 ‘로제타’와 ‘더차일드’로, 켄 로치는 ‘보리밭을 흔드는 사람’으로 , 크리스티앙 문쥬는 ‘4개월, 3주…그리고 2일’로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영화제는 그밖에도 페드로 알마도바르, 오리비에 아사야스, 폴 버호벤, 짐 자무시, 숀 펜, 크리스티 푸이우, 클레버 멘돈사 필류 등이 나란히 경쟁 부문에서 경쟁하게 된다. 스무 명의 감독 중 안드레아 아놀드, 마렌 아데, 니콜 가르시아 셋은 모두 여성으로, 남숭중심적인 칸에 여풍을 몰고 올지도 관심사다.
[김시균 기자]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네온 데몬(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엘르(감독 폴 버호벤)
시에라네바다(감독 크리스티 푸이유)
더 라스트 페이스(감독 숀 펜)
아가씨(감독 박찬욱)
러빙(감독 제프 니콜스)
바칼로레아(감독 크리스티안 문쥬)
마 로사(감독 블리란테 멘도자)
나, 다니엘 브레이크(감독 켄 로치)
아쿠아리우스(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로)
레스터 버니컬
패터슨(감독 짐 자무쉬)
마 루트(감독 브루도 뒤몽)
단지 세상의 끝(감독 자비에 돌란)
요셉의 아들(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퍼스널 쇼퍼(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아메리칸 허니(감독 안드레아 아놀드)
훌리에타(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토니 에어드만(감독 마렌 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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