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기자간담회 참석한 유발 하라리 교수 [김재훈 기자] |
국내에서도 지난해말 출간 후 14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가 이세돌의 나라에 첫 방문했다. 방한 이틀째인 26일 서울 환경재단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에게 주어진 첫 질문도 알파고 시대의 인간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이 천재학자는 기자회견 내내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했고, 시야는 넓고 대담했다. 그는 “현생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귄위가 인간에게서 기계로 옮겨가면서, 인류 문명의 조정간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입을 열었다. 또 “기술이 우리를 섬기도록 해야지, 우리가 기술을 섬겨서는 안된다, 기술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결국 우리가 묻는것에만 답한다. 질문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사피엔스’는 변방의 유인원이던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지 10만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를 조감한 책이다. 수렵 채집을 하던 조상들이 어떻게 도시와 왕국을 건설하게 되었는지, 신과 국가와 인권과 돈과 책과 법을 창조하게 되었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그리고 저자의 질문은 앞으로 1000년 동안 미래는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에 최종적으로 가닿는다. 이런 방대한 ‘빅 히스토리(Big History)’를 한 사람이 조감할 수 있게된 건 역사학이라는 도구(Tool)가 준 힘이었다.
그는 “중세전쟁사를 연구하면서 역사라는 어떤 질문에도 답을 찾게 해주는 도구를 얻게 됐다”면서 “젊은 학자로 인류 역사 전체를 공부할 순 없지만 생물학 인류학 등 어떤 학문을 연구하는 데도 역사라는 도구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결국 인류를 넘어서는 일이 적어도 30~40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지금 현존하는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을 밀어내게 될 것이며, 새로운 직업이 생기겠지만 이 직업조차도 인공지능이 더 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직 많은 이들은 감정적인 기술에서 인간의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변호한다 .하지만 그는 생물학은 이미 인간의 감정이 어떤 영적인 신비한 현상이 아니라, 생물학적 알고리즘에 불과함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감정지능조차도 인공지능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할 순 없다는 것.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역할을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할 답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적 모델이 필요하다. 사실 현존하는 사회·경제적 모델은 산업·농업혁명 시대에서 물려받았다. 산업혁명은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농업혁명은 힌두교나 기독교 등을 물려줬다. 이 모델만으로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이겨낼수 없을 것이다.”
책에 그는 역사는 늘 진보를 향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많은 위협과 직면하고 있지만,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이 해결책을 찾을 것이란 낙관이다. “상대적으로 지금 현재 인류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많은 부분이 핵무기 덕분이다. 인간이 핵전쟁이라는 도전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한 것처럼, 인공지능 같은 기술도 결국 평화적으로 풀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는 20세기 가장 큰 혁명은 페미니스트 혁명이라고 언급했다. 수천년동안 전세계 모든 사회가 가부장제였지만 페미니스트 혁명은 어떤 혁명보다도 더 뿌리깊이 사회의 기본적인 구조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건 공통적인 현상이다.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질문하자 그는 오히려 “이 혹성은 70억의 인구를 모두 부양할 수 없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축복일 수도 있다. 더 적은 인구가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수 있다면 인구가 많고 불안한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세대의 교육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때 별로 필요없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현교육체제는 산업시대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실 30~40년후 세상이 어떨지 전혀 알수 없다. 분명한 건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는것 하나뿐이다. 지금 아이들이야말로 선생님이나 연장자로부터 인생을 배우는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 모른다. 아마도 지금 아이들에게 알려줄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떻게 변화하면서 살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가 모르는것에 직면하면서 살 수 있을까가 아닐까.”
그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경제학적 모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세계의 많은 나라를 방문했지만, 지구 온난화와 불평등, 인공지능과 같은 전지구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공통적으로 접했다고 한다. 그는 “200여개의 독립국가로 분열된 형태로는 전지구적 문제의 성공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 생명공학이나 인공지능 등의 위협은 이제 시작히며,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기술을 지배하고 있는 아주 소수의 엘리트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게 더 쉬워질 것이다. 파나마 스캔들에서 봤듯, 어느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으며, 국제 협력이 없이는 안된다.”
유발 하라리는 채식주의자이고, 매일 2시간씩 불교의 명상을 수행한다. 게다가 매년 30~60일 정도 철저히 통제된 기간을 보낸다고 했다. 전화도 이메일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기간이다. 그는 “이 습관이 저의 집중력을 유지시켜주고, 인생의 균형을 잡아준다. 나는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내가 누구인가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가를 모르고는 그 누구도 평화와 행복을 찾을수가 없다”고 말했다.
방한 직전 대만과 중국을 다녀온 그는 중국에 대한 시각도 들려줬다. “아마도 지금의 중국은 매년 대기근을 겪지 않은 역사상 첫번째 정부일 것이다. 지난 30~40년간 중국인의 생활수준의 향상은 놀랄만한 일이다. 넓은 역사적 시각으로 다른 열강으로 떠올랐던 나라에 비해 중국은 상당히 책임있게 행동하고 온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두번째 책 ‘내일의 역사(The History of Tomorrow)’도 히브리어로 출간했다. 신간은 올 9월에 영어로 출간되며 한국에서도 이르면 올해 출간 예정이다. 그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책이지만 예언서가 아니다. 인간의 미래는 아무도 알수 없다. 그러나 여러가지 가능성과 기회에 접근해보려 했다. 인간은 어떻게 지구의 주인이 되었는가, 행복의 방향으로 가는가, 불평등을 해결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답을 찾아보는 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그의 머리속은 다음 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는 ‘사피엔스’에 근거해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를 완전히 객관적으로 본다는건 불가능하다. 어차피 하나의 관점이 있을 뿐이다. 정말 내가 진실만을 이야기했다고 할지라도 늘 선택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인류에 속해있으니 사피엔스에 집중해왔지만 다른 종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중이다. 소, 돼지, 말에게도 감정이 있다. 행복도 고통도 느낀다.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같은 큰 사건들이 동물에게도 어떤 영향이 줬는지도 연구해볼까 생각한다.”
5월 1일까지 방한 일정 중 그는 두 차례 대형 강연을 연다. 2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피엔스, 인간은 정녕 쓸모없어지는가?’ 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고, 28일 7시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인류에게 미래는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 He is…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중세 역사와 전쟁 역사로,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역사에 정의는 존재하는지, 역사가 전개됨에 따라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행복해졌는지 등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보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2009년과 2012년에 ’인문학 분야 창의성과 독창성에 대한 폴론스키
[김슬기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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