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주의자’ 영문판 ‘더 베지터리안(The Vegetarian)’(2015) |
한국 문학이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뒤늦게 주목 받게 된 이면에는 미흡한 번역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혀왔다. 번역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 번역의 현실은 참담하다.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1994년 오에 겐자부로 등 두 명의 수상자를 낸 일본은 1950년대부터 국가와 민간이 손잡고 2만여 종을 번역작품을 해외에 선보였다. 반면 외국에 소개된 한국 문학은 약 1500여종 정도다. 이중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이 직간접적 지원을 한 작품이 대다수다. 번역원을 통해 해외 소개된 한국 문학은 34개 언어권 1241종(인문·아동 포함), 작가수는 248명에 그친다.
2001년 정부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이 설립돼 출판 번역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번역의 양 뿐 아니라 질도 문제다. 일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건 번역의 공이 크다. 일본 원작보다 낫다는 평을 받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번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보라 스미스의 경우 자발적으로 한국문학의 팬이 되어 번역에 나선 경우다. 이처럼 최근 한국의 지원을 통해서가 아닌 현지에서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역량있는 번역가들이 늘어나야 한국 문학이 현지에서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문학번역원 김성곤 원장은 “번역은 한국문학이 해외에 나가는 데 생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번역이 나쁘면 해외시장에서 뜰 수가 없다. 맨부커상이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시상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번역이 작품성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영어권에서의 활발한 번역이 시급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7일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과 함께 “한국 문학은 단편소설에 강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한국 문학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선 2001년 판매량이 88부에 불과했던 한국소설이 2015년에는 1만191부까지 판매량이 늘었다는 통계를 통해서다. 이처럼 한국문학이 주목받게 된 계기에는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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