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연예가에서 ‘혹시 전현무가 빚이 많은가’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는 ‘다작 방송인’으로 통했다. ‘TV만 틀면 나와 지겹다’ ‘일 중독자’ ‘돈 독 올랐나’ 등 각종 악플에도 불구, 야무지게 방송을 해오던 그였지만 결국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각종 루머, 악플, 패러디에도 늘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노련하게 대응해오던 그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속 얘기와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라디오 ‘굿모닝 FM’의 마지막 생방송에서였다.
“인정받고 싶어서 방송 욕심…잘못 살았나 싶다”
전현무는 최근 3년간 진행해오던 라디오를 떠나면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담담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양한 청취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베테랑다운 자연스러운 진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담담함은 어머니의 문자 메시지에 단번에 무너졌다.
전현무의 어머니는 “무심한 아들을 유일하게 만나는 시간이었다”며 아들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현무는 어머니를 향한 죄송스러운 마음과 마지막 방송에 대한 아쉬움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는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어머니,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며 방송사고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꽤 오랜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전현무는 “‘무심한 아들을 유일하게 만나는 시간인데’라는 말에 눈물이 났다”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에게 무심하고 혼자 나와 방송만 열심히 했다. 인정받고 싶어서 병원까지 다니며 열심히 했는데 문득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다. 잘못 살았나 싶기도 하고 뭘 위해 살았나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후에도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울먹거렸다. 그의 눈물은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님과 소중한 사람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사는, 현실의 고단과 스트레스 속에서 점점 따뜻한 내면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이기도 했다.
전현무와 ‘인기 쌍벽’을 이루며 방송계를 주름잡은 또 한명의 스타 MC, 김성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진행하는 방송마다 대박 히트를 치니 그의 스케줄 역시 ‘살인적’일 수밖에.
결국 건강 이상에 더 이상 DJ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성주는 1년 3개월 끝에 자신의 이름을 건 ‘가요광장’에서 떠나기로 했다. 라디오 특성상 가장 가깝게 청취자와 만나고 호흡하고, 생방송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여건이 프로그램에 크게 누를 끼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었다고.
마지막 방송에서 그는 이 같은 마음을 고스란히 고백했다. “감사합니다”고 입을 연 김성주는 “미련이 남기 보다는 그저 죄송한 마음이 크다. 한 게 있어야 눈물도 나고 그럴 텐데”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DJ로서 청취자들을 위로해 주지도 못하고 도망쳐 나가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욕만 갖고는 안 된다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성실하게 여러분께 온전히 DJ로서 잘 할 수 있을 때 다시 돌아오겠다. 꼭 그런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끝인사를 전했다.
평소의 발랄함은 사라지고 그야말로 폭풍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 스타도 있었다. 약 5년간 프로그램을 이끌며 ‘KBS 최고의 DJ’ 중 하나로 꼽힌 배우 유인나가 그 주인공이다.
통통 튀는 진행과 솔직한 이야기, 청취자와의 활발한 소통으로 ‘볼륨을 높여요’를 방송 내내 인기를 끌었다. 전문DJ 못지않은 진행력을 인정 받았던 유인나는 마지막 방송 오프닝부터 눈물을 흘려 청취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는 “정말 이 프로그램의 DJ만은 절대 놓기 싫었지만, 내 욕심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더라”라며 “이걸 만나려고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자꾸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됐다”고 털어
이어 “더 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죄책감을 못 이기겠더라”라며 “시기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때 다시 오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될 때까지 하기로 했는데 약속 못 지켜 죄송하다”며 눈물로 청취자의 곁을 떠났다.
[디지털뉴스국 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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