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와이프는 “당신, 그거 기억 안 나?”라며 나를 몰아세운다. 왜 엄마들은 옛날 일을 잘 기억 못하고, 왜 남편과 아내의 기억은 다른 걸까? 오는 8월6일에 방송될 <동치미> 195회에서는 ‘당신, 그거 기억 안 나?’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눠본다.
▷당신, 집 앞에서 키스한 여자 누구야? (개그우먼 김지선)
“분명 내 기억으로는 그날 무슨 일 때문에 한강 둔치에 갔다가 처음으로 남편과 떨리는 첫 키스를 했었다. 그러나 남편이 딴소리를 해 그게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시어머니가 ‘아범이 너 데려왔을 때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네 나이가 마음에 들었어. 너는 철도 들고 진중한 편인데 이 전에 사귀던 아가씨는 나이도 어리고 모델이었는데, 아범을 아주 힘들게 했었어. 나는 네가 그렇게 마음에 든다’라고 칭찬을 하셨다. 그 말이 기름이 되어 ‘그 모델 여자랑 집 앞에서 첫 키스를 했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와서는 ‘당신은 남들 다 클 때 뭐했어?’라고 키를 가지고 장난을 치더라. 그 순간 참았던 것이 터져서 ‘그래 나 키 작아. 내가 모델이 아니어서 미안해. 모델이랑 집 앞에서 첫 키스 했을 때 좋았어?’라고 질러버렸다. 이런 일로 유치하게 구는 것 같아 나도 싫지만 그날의 일을 아직도 기억 안 나는 척 모르겠다는 남편의 표정을 보면 너무 얄밉다.”
▶왜 남편과 아내의 기억은 다를까?
개그우먼 이성미 “나는 좋았던 일이나 나빴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일적인 거 외에는 기억을 잘 못하는 편이다. 한번은 남편과 모처럼 뮤지컬을 보러 가기로 해서 집을 나섰는데 집에 가스 불을 켜놓고 온 것 같아 중간에 집에 가서 보고 오라고 남편을 보낸 적이 있다.”
배우 유하나 “결혼 초에 남편과 ‘무슨 일이 있어도 매년 12월에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좋았던 거, 아쉬웠던 거를 다 이야기하고 풀자’고 얘기를 했었는데 나랑 그런 약속한 걸 남편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방송인 최홍림 “결혼 초에 내가 아내에게 ‘그 영화 재미있지 않았어? 그거 자기랑 봤잖아”라고 말실수를 한 적이 있다. 그러면 아내는 듣자마자 ‘또 어떤 여자랑 봤어?’라고 묻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영화는 아내와 본 게 맞았다. 아내가 나를 시험해 본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내와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기억을 다 정리해놓는다.”
목사 장경동 “일반적으로 아내는 서운한 거랑 안 좋은 기억만 오래 간직하는 것 같다. 내가 잘해준 건 금세 까먹는다. 내가 핸드백이랑 자전거, 축구화 등 많은 것을 사줬는데 기억을 하는 건지 뭔지 말을 안 해서 잘 모르겠다. 사주면 그때뿐이다.”
▷엄마가 한 번도 날 때린 적이 없다고요? (배우 유하나)
“우리 엄마는 ‘나는 우리 딸을 한 번도 때린 적이 없어요. 나는 얘를 때리며 키우지 않았어요’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내 기억과 엄마 기억에 차이가 있다. 내가 6~7세 때 엄마가 빗자루로 방 청소를 하고 계셨다. 방 청소를 하면서 바닥에 깔려있던 카펫 청소를 하는데 그 밑에 동전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내가 그때 옆에서 놀고 있었는데 그 큰 빗자루로 ‘이놈의 지지배, 이놈의 지지배’라고 하면서 나를 엄청 때렸다. 나는 거기에 동전을 숨겨놓지 않았다. 그날 왜 맞는지도 모르고 정말 억울했다. 분명 집에는 아빠, 엄마, 나 밖에 없으니 나와 엄마가 아니면 아빠 짓이었을 거다.
어쨌든 그게 마음의 상처가 돼서 성인이 된 후 엄마에게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러이러해서 어릴 때 나를 때렸던 게 마음의 상처가 됐다’고 이야기를 하니 ‘내가 언제? 난 널 한 번도 때린 적이 없어’라고 말을 했다. 사과만 받으면 풀어질 일을 아예 없다고 잡아떼니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어쨌든 엄마들의 기억은 자식과 너무 다른 것 같다.”
▶엄마들은 왜 기억을 잘 못할까?
개그우먼 김지선 “내가 어렸을 때 엄마 때문에 속상해서 가출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며 나에게 사과도 안 했다. 아예 내가 가출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는 듯 보여서 서운했다.”
방송인 최홍림 “우리 엄마는 정말 기억을 잘 못한다. 예전에 정말 추운 날 내 옷을 벗겨서 집 밖에 내보낸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물어보면 기억 안 난다고 둘러댄 적이 있다.”
한의사 이경제 “우리 어머니는 모든 기억을 왜곡한다. 나는 어머니의 기억을 믿지 않는다. 어머니는 내 생일을 챙겨준 적이 없는데 본인 스스로는 챙겨줬다고 생각하신다.”
▶엄마는 왜 이렇게 기억을 잘 할까?
방송인 유인경 “우리 엄마는 기억력이 정말 좋았다. 치매가 오기 전까지 우리 옆집 아줌마는 누구였고, 그 집 남편이 뭘 했으며 그 집 강아지는 어땠고 그 집 대문은 무슨 색이었는지 등 ‘어떻게 저런 걸 기억하지?’ 싶을 정도로 모든 걸 선명하게 기억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엄마가 어린 시절 내 모습을 시시콜콜하게 잘 기억해서 ‘엄마가 이런 것까지 기억하네?’라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기억력 때문에 슬프고 짠했던 에피소드 공개!
방송인 유인경 “기억력이 좋았던 엄마가 치매에 걸려서 근래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너무 가슴 아팠다.”
개그우먼 김지선 “네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점점 기억력이 쇠퇴되는 걸 느낀다. 아이들 물건은 잘 기억하고 반 행사도 잊지 않고 참석한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 태몽이 섞여서 첫째부터 막내까지 누구 태몽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둘째 태몽을 셋째 태몽이라고 말하고 다닌 적도 많고 애들 혈액형도 매일 헷갈린다. 병원에 가면 첫째 혈액형을 막내 혈액형으로 말하고 난리도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
▷이성미는 캐나다 갔다 와서 이상해졌다? (개그우먼 이성미)
“한 번은 후배가 인사를 안 해서 내가 호되게 혼낸 적이 있다. 그 이후 그 후배는 내가 너무 무서워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선배’였다고 하더라. 그런데 캐나다에서 돌아와서 그 후배를 다시 만났는데 내가 ‘너 너무 잘 하고 있어. 너 참 재미있더라. 너 진짜 최고야’라고 칭찬을 해주고 헤어졌다. 그런데 그 뒤부터 ‘이성미 선배가 캐나다 다녀와서 더 이상해졌어. 일부러 저러는 건가? 더 무서워졌어’라고 소문이 났더라. 그래서 동료에게 물어보니 내가 그 후배를 눈물 콧물 쏙 빼게 혼냈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나는 정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진짜 그 후배를 혼냈다고?’라고 되물으며 갑자기 너무 미안해졌다. 그래서 그 친구를 따로 불러서 ‘내가 진짜 그때는 미안했다. 상처 준 거 용서해라’라고 화해를 요청했고 그 뒤부터는 마음을 풀고 잘 지내게 됐다. 이처럼 나는 요새 잘 깜빡 깜빡한다. 그래도 잘 까먹는 사람은 본인은 다 잊어버리고 살기 편하다.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을 못하니 나는 살기 편한 거 같다.”
▶남에게 준 상처는 기억 못한다?
목사 장경동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다른 걸 신경 쓰느라 나에게 인사하는 걸 몰랐는데 내가 인사를 안 받아줬다고 섭섭해 했다. 내가 인사를 굳이 안 받을 이유는 없다. 그냥 단지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받은 상처는 잘 기억한다?
방송인 최홍림 “방송국 후배가 도박을 해서 건달들에게 돈을 빌려 썼다. 20년 전에 2000만 원을 빌렸다. 그래서 내가 대신 돈을 갚아줬는데 방송국에는 내가 후배에게 2000만 원을 빌려주고 내가 그 후배랑 도박을 해서 내가 그 돈을 도로 다 가져갔다고 소문이 났다. 그런데 그 후배는 해명도 안 하더라. 돈 주고 뺨 맞은 격이었다. 그래서 내가 괘씸한 마음에 고소를 했지만 결국 2000만 원은 받지 못했다.”
한의사 이경제 “1년에 100명 이상 된다. 약을 무료로 지어주면 딱 두 분류로 나뉜다. 무료로 치료를 해주었을 때 주스를 사오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정확히 구분된다. 한 번은 베풀지만 두 번은 베풀지 않는다.”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 살기 편하다 vs 불편하다
방송인 최홍림 “잘 까먹으면 정말 살기 불편하다. 사람을 잘 기억 못하는 것도 그렇고 ‘꼭 해야지’ 마음먹었던 일까지 다 까먹는다. 나는 잘 까먹고 심지어 안면인식 장애가 있어서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골프를 치고 밥까지 먹었는데도 기억 못한다. 그래서 나를 알고 반가워하든 내가 연예인이라 반가워하든 난 그냥 무조건 반가워하고 본다.”
한의사 이경제 “잘 까먹는 사람이 속 편하게 살기 좋다. 난 너무 기억력이 좋아서 세상 살기 불편하다. 워낙 잘 기억하고 다 짚고 넘어가야 하는 성격이라 쪼잔해 보인다.”
방송인 유인경 “예전에 내 욕을 했던 친구인데 한참 후에 만나서 그 일을 까먹고 반갑게 인사한적이 있다.”
동치미 토크배틀!
“기억을 못해서 민망했던 적은”
-방송인 최홍림 “사귀었던 여자의 얼굴을 기억 못해서 처음 본 여자인 줄 알고 접근했다가 민망했던 적이 있다.”
-배우 유하나 “친구의 남자친구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 기억을 못하고 지금 남자친구가 예전 남자친구인 줄 알고 말실수를 한 적이 있다.”
상황토크 IF <만약 당신이라면?>
‘술 마시고 들어온 남편이 잠꼬대하며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른다면?’
방송인 유인경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나도 자다가 남자 이름을 불렀을 수도 있고 다른 남자가 꿈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남편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냥 두겠다.”
개그우먼 김지선 “다음날 남편에게 ‘여보, 누구누구 알아? 내 꿈에 나와서 자꾸만 당신을 내놓으라고 하더라. 당신이 정말 좋대’라고 말하면서 남편의 표정을 살피겠다. 그리고는 ‘그냥 그여자에게 당신을 줄 걸 그랬어. 애 넷이나 낳고 사는데 이제는 좀 갖다버리고 싶다’며 남편을 놀리겠다.”
개그우먼 이성미 “신혼 때 같으면 자다가 딴 여자 이름을 부르면 녹음을 해두고 다음날 사실관계를 따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라면 ‘이름이라도 마음껏 불러라’라고 깨우지 않고 그냥 잘 재우겠다. 본인도 실수인데 모른 척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배우 유하나 “베개로 남편 얼굴을 눌러버리겠다.
그리고
배우 김용림 “그걸 뭐 사실관계를 따지나. 이 나이엔 그냥 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