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인터뷰 내내 조금도 쉬지 않는다. 행여나 목소리가 가라앉을까 봐, 목소리를 가다듬고, 발성 연습을 한다. 뮤지컬 배우 문종원은 올해 10년을 맞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담’)에서 클로팽과 콰지모도, 두 역할로 남다른 존재를 톡톡히 드러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담’)는 1482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 여자에 대한 세 남자의 사랑과 내면적 갈등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특히 올해는 문종원 외에도 홍광호, 케이윌이 콰지모도를 분했고, 마이클리와 김다현, 정동하가 그랭구와르, 서범석과 최민철이 프롤로를, 윤공주, 린아. 전나영이 에스메랄다를 맡아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마음이 전해져서 다행이다. 인물에 정확하게 대입되고, 감정을 잡고 있으려고 한다. 덕분에 집중력이 좋아진 거 같다. 순간적인 집중에 재미가 생겨, 작품에 더 몰입할 수도 있다. 하기 전에는 힘들고 하면 재밌다. 배우로서 ‘노담’은 백번을 해도 한계가 있다, 벼랑 끝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벼랑에 아직 더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문종원은 발성 연습을 끊임없이 했다. 목이 좋지 않으면 잠도 안 오고, 식욕도 없다니. 집에서는 MR을 틀어놓고 심취할 정도고, 술도 끊고 작품에 매진 중이다. 덕분에 작품을 하는 역사상 얼굴색이 가장 좋다고.
“연습 열심히 했다! 진짜 닥치는 대로 더했다. 공연을 하면 이성적인 것도 있지만 배우로서 뭔가를 더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호흡소리를 섞는다든지 하면, 목이 힘들어지는데 내 감성이 더 뜨거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감정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무대 위에서 인물에 집중하다보면, 감정적으로 더 짙어질 수밖에 없지만 매일 이어지는 공연에 목을 아끼면서 감정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맞닥뜨린다. 하지만 문종원은 상황에 더 집중해, 감정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숨이 차있는데, 거짓말할 수는 없으니(웃음). 제가 막 파고드는 것을 좋아해서 공연 끝날 때는 ‘내일 목소리 가겠구나’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알 수 없다. 무대가 가장 소중한 이유는 내가 만든 두 시간 동안, 누구든 생명력을 갖는 것 아닌가. 두 시간 이후로는 다시는 없을 인물 아닌가. 그 순간을 잃고 싶지 않다. ‘잘 끝낸다’라는 것보다, 충분한 생명력으로 넣어줘야겠다‘라는 마음이다. 물론, 나와 관객들밖에 모르지만 숨을 넣어주는 그 순간 말이다.”
아직도 그 순간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문종원. 그렇다면 10년 전에 접한 ‘노담’과 현재 대하는 ‘노담’은 어떻게 다를까. 에스메랄다를 대하는 마음도 바뀌었을까.
“20대 때는, 클로팽에게 에스메랄다는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정서가 그랬다. 하지만 사랑의 색이 바뀌었다. 그때는 사랑에는 당찬 클로팽, 다 물어뜯을 것 같은 클로팽이었다. 지금은 작품으로 봤을 때 ‘보호자로서’ 사랑하는 것이다. 클로팽의 어두운 세상에 아름다움을 그리는 게 에스메랄다이다. 마스코트 같이. 집시들도 에스메랄다를 보면 밝아지지 않나.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절대적인 사랑보다, 보호하고, 살리고 싶은 그런 사랑의 감정이다.”
극에서는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인물로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라고 하지만, 클로팽 역시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문종원은 읽고 있는 책의 한 구절을 언급했다.
“‘나는 미쳐있기 때문에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나와 닮아있다. 클로팽도 깊게 사랑한 것 같다. 동시에 콰지모도 마음도 공감이 된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담’은 항상 좋은 힘을 불어넣어준다. 한 작품을 10년 동안 하지만, 나는 나이를 먹는데, 작품은 변하지 않지만, (내게)주는 것(감정)은 매번 다르다. 정말 고맙게 말이다. 20대에는 최대의 경험이었고, 지금은 나름의 최선의 경험을 계속 주는 것 같다. 아름다운 작품이고, 신기하다. 최선을 것들을 주고, 고통도, 배움도 주니 말이다.”
“‘노담’이 없었으면 지금 내 캐릭터도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 이후로 센 캐릭터를 하게 됐다. 하지만 요즘은 집에 가다가도 행복해서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예전에는 ‘내가 왜 배우지?’라는 생각과 ‘어떻게 하다 보니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작품을 하고 있지’라는 감정이 든 적도 있는데 이번 공연을 하면서 그런 감정도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사는 이유를 명확하게 가지고 간다는 생각이다. 이제 느껴진다. 다행이다.”
문종원에게 ‘노담’은 정말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작품 이상의, 그 무언가에 대한 힘이 느껴졌다. 그의 관심사 역시 ‘노담’일 수밖에 없다.
“요새 관심사? 정말 ‘노담’이다.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웃음). 작품 외에는 뭘 할 수가 없다. 가끔 책을 보거나, 미드(미국드라마)를 본다. 그렇지 않으면 연습만 하게 돼서, 다른 것으로 집중을 좀 하려고 한다. 계속 연습을 하면, 목이 좋아질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연습이라니, 조금은 마음을 놓고 무대에 오를 법도 하지만, 문종원은 조금도 그런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배우로서의 부담감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였고, 이를 즐기는 듯했다.
“안정된 상태가 없다. 불안한 마음이다. 공연할 때, 마치 스쿠버다이빙할 때처럼 무대가 고요해질 때가 있다. 가장 행복할 때다. 불안감이나 연습 등은 배우니까 가져야하는 부담감일 뿐이다.”
클로팽으로 콰지모도에게, 콰지모도가 클로팽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문종원은 재밌는 답을 내놨다.
“클로팽이 콰지모도에게는,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꿈꾸는 세상, 원하는 세상이 아닌데, 콰지모도는 극단적인 희생양이다. 육체적으로 박해받고, 종교적으로 버림받지 않나. 총체적 난국이 콰지모도다. 안타깝다. 부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길 바란다. 페뷔스도 안타깝다. 콰지가 클로팽에게 할말? 별로 없을 것 같다. 콰지모도의 관심은 오로지 에스메랄다라서(웃음). 그저 물 준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지 않을까.”
문종원은 ‘노담’에 대해 “시간이 지나도 작품 안 메시지도,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이의 공감을 받
“그냥 계속 같이 한 느낌이다. 음. 큰 나무, 아주 큰 나무같다. 열매도 따먹을 수도 있고 쉴 수도 있고, 그 위에 올라가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고 말이다. 주름이 아주 많은 나무처럼.”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