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김동원는 무대 위에서 더없이 자유로운 배우다. 마치 무대를 날아다니듯, 날렵하고 또 섬세하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힘이 느껴지고, 무언가에 홀린 듯 내뱉는 대사는 작품의 배역과 혼연일체 된 듯하다.
앞서 ‘뜨거운 바다’ ‘빨간 버스’ ‘청춘예찬’ ‘만주전선’ ‘속살’ ‘백조의 호수’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등의 연극무대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김동원은, ‘햄릿-더 플레이’를 통해 또 다른 햄릿을 만들어냈다.
김동원이 출연 중인 ‘햄릿-더 플레이’는 원작에 없는 어린 햄릿과 해골로만 존재하는 광대 ‘요릭’을 등장시켜 햄릿을 비롯한 각 인물들의 비극적 상황에 설득력을 더한 작품. 김동원은 정통 연극의 담백함에 파워풀하면서 광기가 느껴지는 햄릿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햄릿’은 영화 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에서 많이 다뤄지는 소재기 때문에, 작품의 ‘변주’에 따라 다른 색을 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아는 통속적인 내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점이나, 방향에 따라 극의 재미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역할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고, 연극을 하면서 더블캐스트(두 배우가 한 배역을 맡는 것)로 하는 것도 처음인데, 체력 충전도 되고 좋은 것 같다.”
김동원이 맡은 햄릿의 또 다른 배우는 김강우다. 한 인물이지만, 배우에 따라 색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햄릿은 더더욱.
“확실히 연륜이 느껴지더라. 아이처럼, 광대처럼 놀 때는 정말 해맑다. 내가 하지 못하는 모습이더라. 또 굉장히 진지하다. 대학교 졸업하고 첫 연극이라 하는데 그렇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햄릿-더 플레이’에 오르고 있는 중이만, 매번 또 다른 면을 직면하기도 한다고.
“확실히 관객들을 만나면서 생각지 못한 부분을 느끼긴 한다. ‘이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식으로. 소극장 판이나, 남산(드라마센터)도 무대가 둥그렇기는 했지만, 들리거나, 보여줘야 하는 지점이 많았다. 억지로 보다 보여는 부분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김동원은 ‘햄릿-더 플레이’의 ‘플레이’처럼 무대에서 노는 듯 자유롭다. 하지만 이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온 ‘자연스러운 자유로움’ 이었다.
“‘더 많이 움직이고 자유롭게 움직여 보자’라는 느낌이었다. 미친 듯한 느낌보다 더 즐겁게, 아이처럼 자유롭게 말이다. 어린 햄릿이나, 요릭의 등장이 신선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 아닌가. 더 신나게 하려고 했고, 생각나는 데로 다 해보고 정리를 했다. 연습 때도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많이 해봤다. 아닌 것도 해봐야 아는 것이니까.”
이에 대해 김동원은 접견실 테이블 장면을 언급했다. 햄릿의 광기와, 동시에 그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장면이다. 그는 “보기에 따라 따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앞서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른 김동원. 연극을 이끄는 차세대 주역이라고 일컬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겸손했다. 그저 연극이 좋고 무대가 즐거운 천진난만한 청년마냥.
“공연이 재밌다. 그 순간을 위해 관객들이 오고, 오는 분들에 따라 새로울 수 있다는 점이. 고맙게 연극을 배우로서 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사는 것과 연극 중에 중요한 것을 묻는다면 당연히 사는 것이다. 살기 때문에 연극을 하는 것 아닌가.”
“한 작품만 꼽기에는 모든 작품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 2011년에 했던 ‘햄릿’, 손지책 연출을 만난 ‘단막극연작’, ‘빨간 버스’ ‘강철왕’ ‘속살’ 등도. 연출님 처음 만났고 인연을 맺은 작품은 잊을 수 없다. 이번 작품 통해서 김동연 연출을 만났는데, 감성도 풍부하고 좋은 분이다. 기분이 좋다.”
김동원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情) 많은 배우였다. 혼자 보다 ‘함께’하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그의 답이 이를 나타냈다.
“여행까지는 아닌데 걷는 것을 좋아한다. 공연 끝나고 팀들이랑 술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혼자 있는 것보다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또, 작품에 접근하기 위해 책도 즐겨본다고.
“책은 소설, 인문학, 시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요즘은 대본을 많이 보지만. 가방에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닌다. 작품에 도움이 되는 책을 보기도 한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할 때는 ‘옥중서한’을 보기도 했다.”
손에 꼽을 인생 작품을 물어보니 ‘주말의 명화’에서 본 영화를 언급했다. ‘빌리 엘리어트’ ‘길버트 그레이프’ 등 말이다. 어릴 적 두근거리면서, 제목도 모르지만, 여러 장르를 접한 그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김동원을 보면 이성적으로 다가가기보다 감정적으로 작품에 다가가는 듯하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그 인물같이 생생하다. 그야말로 ‘인물’ 그 자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감정적인 편이다. 캐릭터를 만나면 나에서 많이 시작한다. ‘나는 이런데 얘는 이러네’라고 찾아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나더러 경주마라고 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처럼. 이젠 상대배우나 관객들과 같이 가는 데 집중한다. 딱 버텨서 열심히, 가능하면 재밌게. 관객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자리가 무대다. 관객들의 취향, 기준이 너무 다르니, 잘하고 못하고라는 것보다 최선을 다해 땀을 흘리고, 또 기억해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아닌가.”
김동원처럼 맑은 영혼으로 세상을 보고, 또 열정적이게 무대에 임하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고, 크로키도 좋아한다. 작품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배우는 연기 뿐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다가갈 수 있어 좋다.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이 고맙다. 그래서 버틸 수 있다. 행복하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