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이 1333년경에 고려 왕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우광훈 감독) 제작팀은 지난해 8월 바티칸 비밀문서 수장고에서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제27대 충숙왕에게 보낸 서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촬영하는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다큐 제작팀은 동양의 금속활자가 유럽으로 흘러간 흔적을 찾던 중 라틴어로 된 이 편지 실사본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 편지는 ‘존경하는 고려인들의 국왕께’로 시작된다. 편지에는 “왕께서 그곳(고려)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주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편지의 전달 임무는 당시 니콜라스라는 사제가 맡았는데, 그는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도중 사라져, 편지가 최종적으로 충숙왕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 교황청은 편지를 씀과 동시에 이를 기록·보관하기 위해 필사본을 남겼고 이 필사본은 여러 필사본을 모은 서한집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편지 내용은 당시 교황청 사제들이 고려에 직접 건너갔을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1594년 임진왜란 때 스페인 출신 세스페데스 신부가 한반도에 온 최초의 유럽인으로 기록돼 있다.
이 다큐를 만든 우광훈 감독은 “이 편지의 발견은 유럽인과 한국의 교류사를 261년 앞당겨 다시 서술해야 할 역사적 사건임은 물론이고 한국 교회사를 수정해야 하는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전주에 본부를 둔 세계종교평화협의회도 지난 6월 말 바티칸기록원에서 고문서 담당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를 만나 요한 22세가 고려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