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집시카가 떴다. MBN <집시맨> 18회에서는 신혼집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길 위의 ‘러브하우스’에서 여유와 낭만을 즐기는 베짱이 부부의 여행기가 공개됐다.
끝을 알 수 없이 푸른 바다와 고즈넉한 산이 조화를 이루는 곳, 남해. 매년 이 곳을 유랑하는 ‘베짱이 부부’가 있다. 지난 22일(목) 밤 9시 50분 시청자들을 찾았던 <집시맨> 18회 주인공 부부, 최경학(52)·이영미(48) 씨의 이야기다.
▶길 위의 ‘러브하우스’
베짱이 부부 두 사람에게는 매년 때가 되면 함께 몸을 싣고 유랑길을 떠나는 집시카가 있다. 그런데 집시카의 내부 모습이 역대 집시카에 비해 심상치 않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물론 실용적인 구성까지, 얼핏 보면 신혼부부의 실제 가정집에 들어온 듯하다. 그래서인지 “저희 둘이서 손수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집시 부부의 모습에서 행복이 묻어난다. 집처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남편 경학 씨가 구성품을 제작하면 아내 영미 씨가 직접 칠을 해서 완성했다는 길 위의 ‘러브하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움직이는 러브하우스 속에 담긴 진짜 ‘사랑’
늘 밝은 모습으로 근심 걱정 하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처음 여행을 시작하게 된 건 바로 남편 경학 씨의 뜻이었다고 한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은 뒤 다리가 불편한 영미 씨가 마음껏 전국 팔도를 여행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집을 선물하고자 했던 것. 사랑의 힘을 담았기 때문인지 경학 씨가 집시카를 완성하는 데는 단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답답한 아내의 일상에 여행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경학 씨의 배려가 지금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자유로운 삶을 선물해준 셈이다.
베짱이 부부의 ‘러브하우스’는 쓰임새도 다양하다. 때로는 두 사람만을 위한 카페가 되기도 하고, 자연 풍광을 가득 담은 전시관이 되기도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변신하는 집시카의 모습을 담아봤다.
▶집시카의 변신 #1 카페
집시맨 부부가 매년 남해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여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가에 설치된 접이식 테이블을 펼친 뒤, 고이 모셔둔 핸드드립 도구들을 세팅하고 커피를 손수 내려 마시는 것. “이 풍경을 보면서는 이런 커피를 마셔줘야 한다”는 남편의 말처럼, 두 사람이 바다를 보며 커피 마시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윽한 커피향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집시카의 변신 #2 공방 작업실
유유자적 여행만 다닐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본업은 따로 있다. 남편 경학 씨는 오랜 기간 목수로 일해왔고, 아내 영미 씨는 그와 함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틈만 나면 집시카가 두 사람의 공방으로 변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 속에서 영감을 받으며 새로운 가구나 공예 작품을 만들어 내니, 그에 따라 집시 부부의 ‘러브하우스’는 매번 변신을 거듭하게 된다.
▶집시카의 변신 #3 따뜻한 침실
아늑하게 꾸민 만큼 집시카는 무엇보다 두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침실이 되어준다. 여행을 마친 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때, 피곤한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안방 같은 곳이다. 특히 물을 데워서 방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온수 보일러까지 마련되어 있어 더욱 편안하다고 한다.
▶집시카의 변신 #4 전망 좋은 레스토랑
차 속에 숨어 있는 테이블을 설치하면 집시카는 금세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운전할 때 아내가 ‘여기로 가자, 저기로 가자’ 하면 투덜댄다는 남편 경학 씨도 “풍경 좋은 곳에서 밥먹자”고 하면 군말 없이 좋은 위치에 차를 댄다고 한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돌게로 맛을 낸 해물라면과 갓 잡은 생선으로 포를 뜬 회를 먹다 보면 ‘이 맛이 우리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구나’ 싶다고.
▶집시카의 변신 #5 사랑 가득한 신혼집
결혼한 지 수 년이 지났지만 두 사람은 틈만 나면 ‘신혼모드’가 된다. 여행 도중 각자의 취미생활을 존중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던 두 사람은 어느새 또 한 쌍이 되어 서로의 애정을 확인했다. 아내 영미 씨는 남편 경학 씨 몰래 손편지를 써서 “이거 로또 번호야”라며 장난스럽게 건넸다.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라는 아내의 편지에 감동한 경학 씨는 말 없이 아내를 힘껏 안아주고는 집시카 안에 들어가서 뭔가를 준비했다. 물을 따뜻하게 데우는가 싶더니, 경학 씨가 야심 차게 마련한 것은 바로 ‘족욕’이다. 가수 알렉스 이후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발씻남(발 씻겨주는 남자)’이 다시 돌아온 것. 꽃잎까지 띄워 꽃길 대신 ‘꽃물’에 발을 담그게 해주는 남편의 특급 서비스에 아내 영미 씨는 무한 감동한 모습이었다.
목공, 낚시 등 손재주가 뛰어난 집시맨 덕분일까. <집시맨> 18회는 보는 재미가 유난히 풍성했던 회차였다. 특히 MC 김C가 집시 부부를 방문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즉석에서 만들어보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어떻게 하루만에 만드냐”며 의아해했던 김C도 경학 씨의 지도 아래 귀여운 실내 장식용 트리를 뚝딱 만들었다.
▷목수 집시맨이 알려주는 간단 ‘크리스마스 트리’ 만드는 법
1. 편평하고 긴 나무 판자를 세 장 준비한다.
2. 세 장을 나란히 놓고 그 위에 트리 모양의 삼각형 본을 뜬다.
3. 본을 뜬대로 톱질해 잘라낸다.
4. 트리 모양을 받쳐줄 기둥 역할의 대를 뒷면에 못질해 붙인다.
5. 트리를 서있게 할 받침대를 만들어 아래에 못질해 고정한다.
6. 목공용 물감으로 칠해준다.
7. 곳곳에 구멍을 뚫어 전구 조명을 끼운 뒤 전원에 연결하면 반짝이는 트리 완성!
베짱이 집시 부부가 여행을 멈출 수 없는 이유
“1년 넘게 여행을 함께 했는데, 힘든 점이 물론 있어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여행을 가면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니며 보고 싶은데, 아내가 걷는 것을 힘들어하니까 제가 참고 말죠. 그런 부분들을 포기하고 둘이서만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여행하는 가장 큰 목표는 아내가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이거든요.
“남편이 저를 이렇게나 배려해주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앞으로는 저도 노력해야겠어요. 남편 팔짱 끼고 평생 예쁘고 좋은 곳, 아름다운 곳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려고요. 나이들 때까지 잊지 않도록.” - 아내 이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