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리뷰+] 견뎌내는 삶을 그린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맨체스터 바이 더 씨/사진=아이아스플러스 |
봄날은 간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은 속절없이 변한다. 이 간단한 명제 속에서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 하나가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 애써 잊었다고 생각해도 문득문득 일상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올라오는 기억의 응어리는 무겁고도 짙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바로 이 아픔에 직면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 날 아무 예고 없이 평범한 일상 속에 닥쳐온 죽음. 누구에게나 익숙치 않지만 한번쯤 찾아올 이 시간을 겪어내는 것이 삶이라 영화는 일깨운다. 영화는 한 장의 초상화처럼 인물이 겪는 상실의 아픔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 때문에 관객 또한 주인공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 맨체스터 바이 더 씨/사진=아이아스플러스 |
영화 초반 주인공 리 챈들러(케이시 애플렉)는 하류인생의 표본처럼 보인다. 건물 4개 동을 관리하는 아파트 잡역부의 인생은 고달프다. 그가 사는 지하 단칸방은 거리 위의 발걸음, 말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열악하다. 무기력해보이지만 때론 모든 것에 예민해서 단 한 번의 눈 흘김에도 주먹이 앞서나가 모든 걸 망쳐버리는 그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2시간 동안 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이 있고,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끝내 관객의 아픔마저 녹여 카타르시스를 이끈다.
주인공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건 다름 아닌 형의 죽음이다.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서 지정되면서 리는 다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소중하지만 외면하고픈 서글픈 추억이 서린 고향 맨체스터에는 작은 항구와 마을이 푸른 바다를 끼고 동화같이 펼쳐져 있다. 아버지를 잃은 패트릭과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리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슬픔을 간직한채 덤덤하게 일상을 헤쳐 나간다.
↑ 맨체스터 바이 더 씨/사진=아이아스플러스 |
‘덤덤함’, 이 절제된 감정은 영화의 핵심이다. 리와 패트릭, 가족을 잃어 슬픈 주인공들 모두 그 상실을 목 놓아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는 더 먹먹하다. 일상 속 떠오르는 옛 기억을 회상 신으로 덮음으로써 스토리 진행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현재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힘들지만 꾸역꾸역 과거의 편린들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슬픔은 더욱 절절하게 느껴진다.
영원한 봄도, 영원한 겨울도 없다. 사람은 사는 동안
[MBN 뉴스센터 최유진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