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작된 도시'를 보고 나오면 아마도 이런 생각부터 들 것이다. "거 참 희한한 영화네." 혹자는 두 시간가량 분 단위로 웃고 뒤집어지느라 아랫배가 욱씬거릴 지도 모른다.
그렇다. '조작된 도시'는 이상한 영화다. 서사의 개연성은 의도적으로 무시해버린다. 상식 밖의 전개가 거듭되며 여러 번 뒤통수를 후려친다. 마치 "현실이 개연성이 떨어지는데 영화적 개연성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하는 듯하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소년 같달까. 그간 한국영화들이 답습해온 문법과 관습들에 도전장을 내민 박광현 감독(47)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건 '웰컴 투 동막골'(2005) 이래 12년 만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CF 감독 출신인 그는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광고 찍으며 지내왔다. 그래도 영화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했다.
"전통적인 영화 문법들을 많이 공부했어요. 무수한 영화들을 보며 연구했죠. 그러다 10여 년 지났을까요. 한 가지 깨달음이 왔어요. '내가 만들어서 성공하면 그게 영화 문법인 거다.' 남이 만든 틀에 숟가락 얹는 게 아닌 내 세계와 화법과 시각을 선명하게 어필해보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보자는 각오가 생겼어요."
일단 전반전은 성공이다. 개봉 5일 째 누적 관객 수는 120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공조'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0·20대가 42.5%(13일 기준)로 압도적이다. 박 감독은 "애초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간 한국영화는 30·40대가 타겟이지 않던가요? 배우도 그 나이대가 주류고요. 소재, 전개, 톤도 다 이 연령대에 맞춰져요. 반면 10·20대들을 위한 영화는 별로 없더군요. 그 틈을 공략하면서 힘든 청춘들에게 힘을 불어넣자 했죠."
영화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다. 게임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게임이 된다. 20대 백수청년 권유(지창욱)가 멤버들과 게임 속 가상현실을 누비는 시퀀스가 시작점이다. 이 모든 건 중반부 즈음 현실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기상천외한 장비들이 속속 등장하며 유쾌하고 명랑한 전투들이 이어진다. 감각적이고 현란한 편집 덕에 몰입감이 높다.
부서진 컴퓨터 부품으로 만든 엉성한 드론이 날아 올라 적들을 염탐하고, 사제 폭탄을 투하하며, 종이로 만든 화살이 사위로 매섭게 날아다닌다. 파워 엔진을 장착한 폐차 직전의 경차는 '베트맨'의 베트카에 비견되는 성능으로 도심을 누빈다. 암전 상태의 밀실에서 권유가 쌀알을 집어던지며 적들의 좌표를 감지하는 액션신 또한 이채롭다. 박 감독은 "2년 전 지인에게서 접한 시나리오가 그간 영화들처럼 현실에 발 붙이며 무겁고 잔인한 인상이었다. 이걸 180도 비틀어 판타지풍으로 각색해봤다"고 말했다.
소재든 기법이든 생소하다보니 처음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투자는 물론이고 섭외도 쉽지 않았다. "설득 과정이 가시밭길이었다"고 했다. "다들 시나리오가 이상하대요. 이해를 못하겠다고. 그래도 궤념치 않았어요. 워낙 제 화법에 확신을 가졌으니까. 결국 촬영감독도 광고 쪽에서 데려오고 배우며 스탭이며 새로운 피들을 수혈했는데 결과는 만족해요."
평단의
[김시균 기자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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