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규 |
▷젤 부러웠던 게 내 선친이 통인가게 주인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하나씩 만든 법인은 100% 내가 다 주인이다. 상속할 때 문제가 되겠지만 진짜 주인이 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주인이라고 쓸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서울토박이인데 강화도에 미술관을 짓는 이유는.
▷강화도에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있고, 통인도자연구소도 있다. 수년 전 당시 소니 회장과 강화도에 갔는데, 진짜 보여줄 게 없어서 너무 창피했다. 강화도는 몽고 침입에 고려가 46년간 도망 간 곳 아닌가. 그런데 남아 있는 유적지가 별로 없다. 그 때 미술벨트를 만들어 볼거리를 줘야겠다 생각했다. 강화도 전체를 잘사는 도시로 만들어 주려면 좋은 양질의 관광객이 많아야 한다.
―강화도의 장점은.
▷일본 사람들이 말은 안 하지만 좋아하는 곳이 강화도다. 화산의 섬이고, 강화도의 반은 바닷물이고, 반쪽의 반은 강물이다. 바닷물과 강물이 섞여 민물고기와 바다생선이 다 있다. 감자도 샛노랗고, 순무도 유명하고 쌀도 조선시대 최고지 않았나.
―미술관은 언제 완공되나.
▷5월 말 군에서 승인을 받으면 바로 첫 미술관 '박물관 아래 절집' 착공에 들어간다. 각각 100평 규모의 작은 미술관 10개를 섬 둘레에 지을 예정이다. 첫 미술관은 9월 1일 오픈한다. 10개 중 6개는 이미 디자인됐고 각각의 미술관마다 스토리가 담긴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지난 50년간 컬렉션한 유물 뿐 아니라 현대미술 작가 개인전도 보여줄 계획이다.
― 3남이신데 가업을 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마당도 쓸고, 가구도 닦고, 배달도 했다. 열일곱살에 아버지께서 "오늘부터 고사를 니가 지내라"고 했다. 1년에 봄 가을, 많게는 매달 지내는 고사는 장사꾼에게 엄청 중요한 일이다.
―어떻게 장사를 배웠나.
▷어느 날 이화여대 학생들이 가게에 왔다. 나에게는 항아리 때 닦는 일만 시키시던 아버지께서는 학생들에게 정말 잘 가르쳐주시더라. 술 먹고 그 다음날 가게가 나가지 않았다. 왜 나오지 않았냐는 아버지 추궁에 "아버님 밑에서 안 배우겠습니다. 이대생들에게는 잘 가르쳐주시면서…"라고 서운해했다. 그 때 처음으로 등짝을 얻어맞았다. 항아리 때를 빼주거나 가구를 닦다 보면 그림이나 서랍의 크기와 위치 등 디테일을 배울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손으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스물셋에 가업을 잇다니 파격이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통장하고 도장을 주면서 "오늘부터 니가 통인 주인이다"라고 하면서 무서운 얘기를 하셨다. "어느 장사든 망하지 않는 장사가 없다. 니가 사장이기 때문에 망해도 널 부를 데는 없을 것이다. 망하면 동대문시장에서 다시 리어카를 끌고 시작하라"고. 어린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줬다는 소문이 인사동에 파다하자 노인네들이 아버지를 붙들고 만류를 했다. 그 때 아버지가 "나는 내 아들을 믿는다"고 했다더라. '아버지가 날 믿어주는데 실수하면 안되겠다' '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골동품에서 시작해 운송과 창고업까지 진출했다.
▷골동품을 취급하다 보니 고미술품을 국내외에 안전하게 운송하는 일을 생각했고, 운송일을 하다보니 서류보관 업무도 하게 됐다. '통인안전보관'은 전국에 70개 회사가 있다. 외국계 보험회사와 신용카드사들이 다 고객이다. 또 종이를 잘게 부수는 파쇄컴퍼니도 세웠다.
―사업 성공의 비결이라면.
▷내가 필요해서 한 게 아니라 남이 필요한 걸 먼저 생각했다. 남이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우리가 탱크도 닦아주고, 미군 앞마당도 다 쓸어준다. 요즘 군인들이 마당을 쓸지 않는다. 다 우리가 한다. 운송과 관련해 주한미군 이사 물량의 60%를 우리가 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쉽게 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잘하게끔, 또 돈을 벌게끔 돕는 게 중요하다. 나는 편의점 사업을 해도 성공할 자신이 있다. 소매상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큰 그룹이 하는 걸 따라 하면 내가 망한다. 나는 불황에도 되는 장사만 했다.
―청년실업 문제를 풀 열쇠는.
▷사실 우리처럼 소규모 회사는 젊은 사람이 없어서 난리다. 청소나 이삿짐 같은 3D 업종에는 젊은이들이 몰리지 않는다. 다
―미술에서 시작해 미술 이외의 것을 하고 있는데.
▷사실 미술이 아닌 게 아무것도 없다. 통인의 상징이 '까치호랑이'인데 이 상표권이 나에게 있다. 까치호랑이 이미지를 쓰려면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모든 게 디자인이고 조형이다.
[이향휘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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