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에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두꺼운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요리사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1260쪽의 '음식과 요리', 그리고 1288쪽의 '제2차 세계대전'이다. 벽돌책들은 번역의 고됨을 떠나, 제작비가 많이 들어 책값도 비싸지고 손익분기점을 넘기가 힘들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이유다.
'음식과 요리'는 화학식과 원소기호가 나오는 요리책이다. 해럴드 맥기는 친구와의 저녁 식사에서 "왜 빨간 콩과 밥을 함께 먹으면 몇 시간 동안 속이 더부룩해지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동석했던 생물학 교수는 분해되지 않는 '당'을 거론했다. 칼텍과 예일대학에서 문학과 천문학,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며칠 뒤 서가를 뒤져 조금 더 구체적인 단서들을 찾고자 마음 먹는다. 이후 그는 평생 식품 과학에 매달리게 됐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일반 단행본의 2배 크기인 가로 17.6㎝, 세로 24.8㎝다. 두께는 7㎝, 무게는 2444g다. '요리의 과학자'가 쓴 책 답게 '센 불에 구워야 육즙이 가둬진다?', '고사리는 독성이 있어 말려 먹어야 한다?'와 같은 의문에 과학으로 답해주는 책이다. 1984년 이 책의 초판의 2004년 개정판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했다. 가격도 8만8000원으로 만만치 않다. 이데아 출판사 한성근 대표는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독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요리 코너에 분류가 되긴 하겠지만 과학이나 인문분야에 더 어울리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신생출판사가 4번째로 낸 책인데, 판권 계약부터 출간까지 2년, 편집에만 8개월이 걸렸다. 초판 1000부를 다 소진하면 제작비 충당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디데이' 등을 쓴 전쟁역사가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은 "마치 톨스토이가 쓴 2차 대전사를 읽는 것 같다"는 평을 받은 역작이다. 1939년 8월 만주 변방에서 시작되어 꼭 6년이 되던 해에 소비에트가 중국 북부 지역을 침공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 이 거대한 전쟁을 치밀하게 그려낸 논픽션. 6㎝ 두께, 1703g 무게를 자랑한다. 가격은 5만5000원.
1938년 18세에 일본군에 강제 징집돼 만주에 배치된 양경종이라는 '군복을 세번 바꿔 입은 한국인'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길을 끈다. 그는 노몬한 전투에서 붉은 군대에 붙잡혀 노동수용소로 보내진 뒤 소련군으로 우크라이나 하리코프 전투에 투입되어 독일군 포로가 됐다. 1944년에는 독일 군복을 입고 프랑스로 파병됐고, 영국 포로수용소에 구금되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과거를 숨긴 채 살다가 1992년 일리노이 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 무시무시한 역사적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지는가를 양경종은 강렬하게 각인시키고 있다"고 썼다.
이 책의 출간 과정도 험난했다. 번역자와 감수자를 찾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었다. 글항아리는 비버의 전작 '디 데이'의 경우 밀리터리 전문가들에게 오역 지적을 받고 절판 시킨 뒤 다시 개정판을 제작 중이기기도 하다. 글항아리 강성민 대표는 "감수기간만 6개월이 걸렸고, 편집 교열까지 총 4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제작기간이 늘면 비용도 상승한다. 원고량에 따라 계산되는 번역료가 많이 들고, 5년의 판권 계약기간 동안 책이 나오지 않으면 재계약까지 해야한다. 초판 1000부로는 제작비 충당이 불가능하고 2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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