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단 호크(46)라는 배우가 매혹적인 건 지적인 이미지도 한몫해서일 것이다. 근데 이것은 이미지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정말로 그는 지적이다. 책벌레로 소문난 이 할리우드 배우 겸 감독은 빼어난 글솜씨로도 정평 나 있다.
첫 자전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1996)은 "젊은 날의 혼란을 잘 표현한 수작"(뉴욕타임즈)이라 찬사 받았고, 두 번째 소설 '웬즈데이'(2002)도 "가슴을 저미면서 단숨에 읽게 만든다"(가디언지)며 호평을 이끌었다. 시나리오 면에서도 두각을 보였으니, 영화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 시나리오를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공동 집필해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그것도 두 번씩이나!)에 오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에단 호크가 세 번째 책 '기사의 편지'(부키)를 냈다. 나긋한 어조의 서간체로 중세의 기사도를 재해석했다. 1483년 겨울 영국 콘월 지방의 기사 토머스 경이 네 자녀에게 보내는 생애 마지막 편지다.
"너희에게 편지를 쓰는 이 저녁, 음울한 바람이 내 귓가에 비밀을 속삭인다. 교활하게 목소리를 바꾼 이 속삭임의 정체는 공포이리라. 고백하건대 나는 두렵다. 너희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할까 봐 두렵다."
거친 전투를 목전에 두고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을 우려한 그는 그간의 삶에서 터득한 교훈을 자식들에게 전수한다. 기사로서 닦아온 겸손, 협력, 사랑, 믿음, 우정, 용기 등의 20가지 덕목. 각 장마다 삽입된 경구들이 이래저래 곱씹을 만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라. 지혜와 명료한 정신을 구할 때 고요함은 유용한 도구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우리 내면에서 잠자는 영원을 감지할 수 있다"(1장 '고독') "네 삶의 질은, 상당 부분이 네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한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6장 '우정')
에단 호크는 자녀 교육에 꽤나 진지한 남자인 것 같다. 이 책이 나온 것도 십수년 전 아내와 자녀 교육 문제를 상의하다 떠오른 착상에서 출발했다고. '꼰대질'하는 건 원치 않기에 중세 기사라는 상상의 조상을 내세워 한 편의 우화집을 직조했다.
아무래도 책장을 넘기다보면 '비포 3부작'의 제시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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