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황금연휴다. 1일 노동절,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에 이어 법정 임시공휴일인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합하면 무려 11일. 이 기간 전국 극장가는 대략 1000만명에서 1500만명에 이르는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다렸다는듯 국내외 배급사들은 속속 준비한 신작들을 내놓으며 관객 몰이에 나선 상태. 과연 승리의 여신은 어느 영화의 손을 들어줄까.
일단 지난 주말부터 치러진 1차전은 한국영화 두 편 간 '내전'이었다. 정치영화 '특별시민'(CJ엔터테인먼트)과 코믹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쇼박스)의 2강 구도로, 뚜렷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관객 쟁탈이 지속됐다. '특별시민'이 5일 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10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먼저 넘겼고, '임금님의 사건 수첩'도 개봉 6일 만에 1위를 꿰차며 90만 관객을 돌파했다.
차기 대권을 바라보며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의 권력욕을 관찰하는 '특별시민'은 이번 연휴에서 대선과 맞물려 뜨거운 관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임금님의 사건수첩' 또한 보다 가벼운 컨셉에 배우 이선균(임금 예종)과 안재홍(사관 이서)의 코믹 앙상블이 볼만한지라, 흥행 상위권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2강 구도는 2일 뒤엎어졌다. 할리우드 외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2'(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이하 가오갤2)가 이날 전야 개봉 카드를 꺼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 이에 두 한국영화 순위는 한 단계씩 미끄러졌다. '가오갤2'는 사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20세기폭스)와 한국영화 '보안관'(롯데엔터테인먼트)과 같은 3일 개봉작이었다. 2일 전야 개봉 묘수를 택한 건, 흥행에 그만큼 자신 있었다는 소리다. 실제로 2일 사전 예매율은 가오갤2'(45%)에 이어 '보스베이비'(20%), '보안관'(8%), '임금님의 사건수첩'(6%), '특별시민'(4%) 순이었다. 하지만 '보스베이비' '보안관'의 잠재력도 무시할 순 없을 듯하다.
'가오갤2'는 최악의 적 타노스에 맞서 은하계를 사수했던 '가오갤' 멤버들이 한층 막강해진 적에 맞선다는 마블의 액션 어드벤처물이다. 전작에서 사랑받은 히어로 '스타로드' '가모라' 등에 이어 '베이비 그루트' 등 신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어벤져스'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등의 히어로물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전란의 배경을 광활한 은하계로 옮겨놨다. 독특한 우주 생명체들과의 아귀다툼이 시청각을 사로잡으며, '가오갤' 맴버들의 능청스런 입담이 재미를 돋운다. 2014년 7억7332만8629달러(약 8686억원)의 막대한 글로벌 수익을 기록했으나, 국내에서 131만명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던 터라, 2편으로 체면을 세울 지 관심거리다.
'보스 베이비'도 주목해야 한다. 올 연휴 가족영화로는 최강자로 봐도 무방하다. 단란한 가정의 외동아들로 살고 있는 팀의 집에 귀여운 한 아기가 불쑥 들어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이 아기의 정체는 '베이비 주식회사'가 파견한 비밀요원 '보스 베이비'. 부모들에게 아기 대신 애완견을 택하게 하려는 '퍼피 주식회사'를 저지하고자 비밀리에 파견됐다. '보스 베이비'의 걸걸한 중년 아저씨 목소리가 기괴하면서도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기발한 전개와 상상력이 돋보인다.
스스로를 '아재'로 간주하는 이들에게 '보안관'은 적절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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