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에 목말라하던 이들이 몰래 읽은 '지하 베스트셀러'였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창비)가 32년만에 전면개정판으로 출간됐다. 그동안 청문회와 재판 결과, 국내외 보도 등을 통해 추가로 밝혀진 사실을 담아 원고지 750매 분량이던 초판을 2000매 분량으로 늘렸다.
지금까지 이 책의 저자로 알려진 황석영(74)은 개정판을 펴내면서 자신의 뒤에 숨었던 공저자들과 11일 기자간담회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는 "옆에 앉은 이 친구들은 당시에 홍안의 청년들이었는데 벌써 60대가 됐다. 이들을 보면 그때 죽은 젊은 청년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간다. 사실 팔자가 사나워진 게 광주에 가서 산 것 때문인 것 같다. 평생 광주라는 곳이 나를 놓아주지 않아서 그 덕분에 내 문학을 유지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19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 비밀기획팀 멤버였던 이재의, 투쟁위원회 홍보팀에서 투사회보를 만들던 전용호는 개정판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우리가 가야할 감옥을 대신 가주신 작가님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76년부터 85년까지 10여 년을 광주와 해남에서 살았다. 광주항쟁이 끝나자마자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기록을 민족과 역사 앞에 맡겨야 된다는 무언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5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기록을 했다. 황석영이 대표기록자로 이름을 걸고 나가면 출판사하고 작가 둘만 책임지지 않겠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 "내가 구속되거나 핍박을 받으면 광주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에 대한 미안함, 부끄러움이 좀 가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황 작가는 1985년 책이 출간되자마자 안기부에 의해 '유언비어 유포'라는 죄목으로 구속됐다. 하지만 광주항쟁이 여론화되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린 탓인지 베를린 문화행사 참여를 권유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해외를 전전하다 방북 했고, 망명 4년과 징역 5년까지 총 13년 동안 글 쓰는 삶을 떠나있어야 했다.
개정판 작업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 그는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권력에 대한 폭도들의 반란이라고 주장하는 5·18에 대한 왜곡과 가치 훼손이 심해져서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전두환이 회고록을 내서 발포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 여러 자료를 통해 이미 확인 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광주의 시민들은 각자가 처한 운명에 따라서 모르는 사람끼리 도우며 동지가 됐고 나아가서 시민공동체를 이뤘다"고 당시의 기억을 회고했다.
개정판에는 피해자들의 증언만이 아니라, 군대의 진압 과정도 자세하게 묘사됐다. 황 작가는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