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당분간 그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는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지 꼭 190년이 되는 해. 그리고 다가오는 2020년은 그의 탄생 250주년이다. 위대한 악성(樂聖)을 기리며 그가 남긴 방대한 음악 유산을 풍성한 한상 차림으로 내보이는 후대 연주자들의 움직임이 숨가쁘다.
국내를 대표하는 실내악 전용 공연장인 금호아트홀은 오는 25일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4년간 베토벤의 실내악을 집대성한 릴레이 기획공연 '베토벤의 시간 1720'을 선보인다. 숫자 1720에서 17은 서거 190주년인 2017년, 20은 탄생 250주년인 2020년에서 따온 것. 베토벤 음악 하면 '운명''영웅''합창' 등의 별칭으로 불리는 유명 교향곡들만 떠오르는 관객들이라면 그의 현악사중주, 피아노·바이올린·첼로 소나타 전곡 등을 스타 연주자들이 선보이는 이번 기획을 눈 여겨 볼 만 하다.
첫 타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Fracois-Frederic Guy)다. 1998년 베토벤 '함머클라비어' 음반을 발매한 이래 20여년 간 14장의 베토벤 음반을 녹음하고 베토벤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7번 완주하는 등 베토벤 음악에 집요한 열정을 보여온 인물이다. 그는 오는 25일부터 앞으로 4년간 금호아트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베토벤이 평생에 걸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32곡은 8번 '비창', 14번 '월광', 17번 '템페스트' 등 대중에게도 친숙한 표제가 있는 곡들과 무제의 곡들로 구성돼 있다. 한 명의 손에서 나왔음에도 각각 뚜렷이 구분되는 고유의 빛깔을 갖춘 게 특징이다. 국내서 가장 주목 받는 차세대 스타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김다솔 역시 오는 12월 7일부터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돌입한다. 김다솔은 2014년 앨런 길버트가 이끈 뉴욕 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선보여 국내 클래식 팬들의 눈에 익은 연주자다.
실험적인 연주 레퍼토리를 이어온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은 오는 7월 20일부터 2년간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연주한다. 청각장애로 고뇌 어린 삶을 살아간 베토벤이 자신의 속깊은 성찰을 십분 녹여낸 현악사중주 작품들은 그의 교향곡, 협주곡과 함께 베토벤 음악세계를 지탱하는 3개의 큰 기둥 중 하나다. 칼라치 콰르텟은 리더였던 바이올리니스트 고 권혁주를 대신해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조진주, 강수연 등 오랜 음악적 동료들과 연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1990년 아시아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국제 콩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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