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와 브루투스의 이야기는 단지 흘러간 옛 이야기일 뿐일까. 루마니아 극단 클루지헝가리안 씨어터의 '줄리어스 시저'는 셰익스피어 정치심리극을 루마니아의 전설적인 거장 실비우 푸카레트(67)가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목과 달리 주인공은 로마의 이상주의 정치가 브루투스. 친아버지 같은 시저를 암살하지만 결국 권력을 탐하는 자들의 음모에 이용당한 후 로마와 함께 몰락하고만다.
이 연극은 올해 17회를 맞는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개막작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권력과 그 주변에 피어오르는 음모와 모략이라는 셰익스피어의 화두를 현대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이식한 작품이다. 독특하게도 거대한 사냥개가 배우로 무대에 선다. 이병훈 연극 프로그램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통찰력은 현재에도 유효하다"며 "작품은 동유럽과 아랍의 정치적인 상황을 빗대는데 놀랍게도 한국의 정치상황 역시 관통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공연예술제로 손꼽히는 올해 SPAF에는 7개국 17개 단체의 작품이 '과거에서 묻다(Circle of Human… Bring the Past)'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너무 빠르게 급변하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오늘. 원처럼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현대인의 오류와 착오의 해결점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 총 예술감독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신작 '위대한 조련사'도 SPAF 무대를 통해 아시아 초연된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돼 평단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SPAF는 파리 떼아트르 드 라빌 등 유수의 극단과 함께 이번 작품의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 인간의 기원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10명의 출연자들이 육체로 역사 속 예술적 표현과 다양한 관습적 움직임을 담아낸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국내기획작품은 '햐얀 토끼 빨간 토끼'다. 극장에는 오직 배우와 관객 뿐. 연출도 대본도 리허설도 없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대본을 받고 바로 즉흥 연기를 펼치게 되는 형식파괴극이다. 이란의 낫심 술리만푸어 작가의 작품을 손숙, 이호재, 예수정, 하성광, 김소희, 손상규 등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6명의 걸출한 배우들이 선보인다. "관객을 믿고 가보겠다."(손숙) "궁금하다. 닥치는 대로 하겠다."(하성광) 1人즉흥극에 도전하게 된 배우들 역시 긴장감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병훈 감독은 "연극의 본질은 현장성"이라며 "인터넷에 퍼서 올릴 수 없는 그 순간에 태어나고 그 순에 사라지는'하루살이성'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SPAF에서는 위대한 고전들이 연극무대로 소환된다.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얼음 인형극으로 재해석한 프랑스의 신예 극단 떼아트르 드 랑트루베르의 '에니웨어'도 주목할 만 하다. 앙리 보쇼의 소설 '길 위의 오이디푸스'를 원작으로 아침에는 네발, 점심에는 두발,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인간 오이디푸스 대신 아침에는 고체, 점심에는 액체, 저녁에는 기체로 변하는 얼음인형이 무대에 선다. 물의 다양한 상태로 신화 속 인물의 내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아일랜드 극단 '데드센터'는 마르셸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토대로 만든 명상극 '수브니르'를 선보인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메타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놀이 형식으로 풀어낸 극단 하땅세의 '위대한 놀이'도 눈길을 끈다.
올해 '창작산실 in SPAF'에는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 초청됐다. 브레히트의 희곡을 한국적으로 번안한 작품으로 독일 30년 종교전쟁을 재구성하여 한국동란의 대서사극으로 만들었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SPAF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라는 이름과 달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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