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최는 올해도 어김없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 12~21일) 기자회견장. 올해 영화제를 마지막으로 사퇴를 선언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80)과 강수연 집행위원장(51)은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먼저 말문을 연 건 김동호 이사장. "반갑습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강수연 위원장이 이어서 말했다. "올해 영화제, 반드시 차질없이 치러지도록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이날 회견에는 영화제 개괄보다 영화제 안팎의 문제들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별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복귀를 청원하는 사무국 전 직원 성명서 발표, 영화제 위기 해결을 위해 '구원 투수'로 영입된 김 이사장과 강 위원장의 사퇴 의사 발표 등 영화제 위기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밝힌 사퇴 의사를 이날 다시 재확인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7월 정관을 개정했고, 지난해 영화제를 치른 것으로 1차적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며 "2012년에 있었던 회계상 문제는 그 당시 저와 강 위원장이 없었지만, 그때 문제가 지금 불거진 것이므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사퇴 시기를 올해 영화제가 끝난 시기로 잡은 건 올해 영화제가 제대로 개최될 지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게 영화제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는 총 75개국 298편의 초청작(지난해 69개국 301편)이 상영된다. 개·폐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과 대만의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 여성 감독 영화가 부산영화제 개·폐막작에 나란히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산은 지난해보다 4억 8000억원 늘어난 116억 8000만원으로, 사회공헌재단 GKL, 시 추경예산 등이 반영됐다.
눈여겨 볼 건 중국·일본 영화가 많아진 데 반해 서남아시아 영화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서남아는 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생전에 주력해서 발굴했던 지역.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고인과 이용관 전 위원장의 부재가 여실히 느껴지는 라인업"이라고 했다.
이밖에 초청자로는 프랑스 배우 장 피에르 레오가 부산을 방문한다. 미국 감독 올리버 스톤이 뉴 커런츠상 심사위원장을,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시아 영화아카데미 교장을 맡는다. 10월 15일에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추모행사가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인공은 한국영화사 산증인인 배우 신성일. 지난 2월 타계한 아시아장르영화계 전설 스즈키 세이준 특별전도 마련돼 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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