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 시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철학자이며 철학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시인. 20세기의 코페르니쿠스로 불리는 이 프랑스 지성의 마지막 저작 '촛불'(마음의 숲)이 번역·출간됐다. 바슐라르가 임종 일년 전에 내놓은 저서로, 숱한 시인들이 사랑했던 바로 그 책이다.
"외로운 사람에게 촛불은 하나의 세계다." 이 강렬하고도 여운 깊은 문장처럼 책은 촛불이라는 하나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140여 페이지에 이르도록 촛불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기이한 시적 몽상, 이미지들의 시학을 탐구하는 책이다.
책은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돼 있다. 바슐라르 스스로 일컫길 "또 다른 서문"이라 할 '촛불들의 과거'에서 출발해 "고독한 존재의 존재론에 바치는 장"인 '촛불 몽상가의 고독', 철학자들의 꿈들을 살펴본 '불꽃의 수직성', 문학적 상상의 문제로 되돌아간 '식물의 삶 속 불꽃의 시적 이미지들'을 거쳐 마지막 장인 "인간화된 불
아름다운 한편의 운문을 읽은 듯한 감흥과 함께 기분 좋은 몽상에 젖게 해주는 책이다. 바슐라르의 시학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도충분히 즐기고 음미할 수 있다. 저자가 밝히듯 "지식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일" 없이 써내려간 책이므로.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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