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흥행요? 저야 가능만 하다면야!(웃음)"
올 겨울 극장가는 '하정우(39)의 계절'이다. 연말 성수기 영화 두 편에 그가 나온다. '신과 함께'(20일 개봉)의 저승 삼차사 리더 강림과 '1987'(27일 개봉)의 최 검사다. 전자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저승 판타지물이고, 후자는 6월 항쟁을 다룬 시대극이다. 이 15년 차 배우에게도 한주 간격으로 두 편에 나란히 출연하는 일은 처음이다.
하정우는 "중간에 껴 있는 애매한 포지션"이라며 허허 웃었다. "'1987' 팀에 있으면 '신과 함께 도대체 무슨 영화냐'고 물어요. 그럼 '대개 따뜻하고 그런 영화야' 하고 두루뭉술 넘어가죠. '신과 함께' 팀에선 '1987 분위기 장난 아니라던데' 하며 저를 떠봐요. 그럼 또 '네, 묵직하죠' 하고 에둘러 얘기하고."
지난해 여름 '터널'에서 선보인 '먹방 신' 효과일까. 약속이나 한 듯 두 편 모두 하정우표 먹방 신을 넣었다. 극 초반 장례식장에 온 강림이 육개장을 먹다 일어서고('신과 함께'), 최 검사가 자기 사무실에서 자장면을 젖가락질('1987')하는 식이다. 그에게 "배우 곽도원의 '강철비' 먹방 신도 당신을 참고했다는 후문"이라 전하니, "잘 됐으면 좋겠네"라며 넉살좋게 웃는다.
본인도 애초엔 "굳이 왜 넣었을까" 싶었단다. 자기가 봐도 "밑도 끝도 없이 나온다"는 것이다. "저승차사가 음식 먹는 장면이 나오면 관객 입장에서 편하게 느껴져서일까요? '1987'은 음···, 친구들이 그러던데요. 먹나? 안 먹나? 언제 먹지? 하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고요.(웃음)"
인터뷰 중 그는 "아, 다시 환생하고 싶다"고도 했다. '신과 함게' 설정처럼 환생은 하되, 기억은 그대로 보존하고 싶다는 것. "그럼 반칙 아니냐"고 반문하려는데,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럼 어릴 때 장난감 안 사고 돈 모을거예요. '삼성전자' 주식부터 사야죠. 투자엔 '주식' '부동산'이 최고니까. 공업, 수학 과목은 제끼고 더 많이 놀거고요. 문제는 세 살까진 누워만 있어야 한다는 건데···."
이를 가만히 듣다 "담배 맛도 기억으로 가져갈텐데"라며 말끝을 흐리니, "그 정돈 괜찮다"고 말했다. "그럼, 걷자마자 흡연자가 되겠네"라고 받아쳤을 땐 "그런 문제가 있네요!"라며 양눈을 번쩍 치켜뜨는 거였다. 그러더니 이 재주꾼은 "환생하더라도 배우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며 과거 회상으로 넘어갔다.
"아버지(김용건)가 배우잖아요. 어릴 때부터 고두심, 김혜자 아줌마, 최불암 아저씨, 유인촌 삼촌부터 TV 나오는 분들이 정말 가족 드나들 듯 저희 집에 왔어요. 그 영향인지 '세계 최고 배우가 되겠다'는 확신 같은 게 유치원 때부터 있었죠. 그러다 대학가고 나이 먹으며 '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서갔지만요."
어찌됐든 그는 지금 국내 최정상 배우. 이젠 기획, 제작, 연출 등을 아우르는 팔방미인 영화인이다. 이미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이라는 두 편의 코믹·드라마를 선보이며 연출 재능까지 인정받았다. 차기작 준비 상황을 물으니 그는 "세 번째 연출작 시나리오를 다시 쓰는 중"이라고 했다.
"누가 아이템을 훔쳐갈 지 모르니 아직은 비공개에요. 애초 '코리아타운' 준비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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