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을 뒤에서 논하는 시대는 갔다. 성은 숨겨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주로 뒤에서 언급됐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은 점차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공간이 늘어난 것. 성 체험 전시회 ‘러브 뮤지엄’과 강남대로 한복판에 들어선 성인용품 숍 ‘레드컨테이너’는 밝고 신선하게 성을 즐기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흔한 데이트 코스에 질렸다면? 성 체험 전시회로 와라
↑ 러브 뮤지엄에 전시된 작품/사진=MBN |
“오빠 사진 제대로 찍어봐”, “나 예쁘게 나와?” 데이트 명소에서나 들을 법한 커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오는 곳. 바로 성 체험 전시회가 열리는 홍대 ‘러브 뮤지엄’이다.
입구부터 핫(HOT)하다. 레이디 고다이바를 오마주로 한 나체 모습의 여자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단순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직접 만질 수 있는 조형물은 러브 뮤지엄의 특징. 러브뮤지엄은 성을 주제로 조선시대 춘화, 서양의 명화, 현대미술 작품 등 6개 테마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2차원 평면 회화를 3차원처럼 보이게 하는 트릭아트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이 사진 찍는 재미를 더했다.
↑ 러브 뮤지엄에 전시된 조형물/사진=MBN |
성을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는 한국 문화와 다르게 러브 뮤지엄은 성을 유쾌하게 그리고 대놓고 보여준다. 남자의 성기를 형상화한 소시지, 바나나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스파이더맨, 슈퍼맨 등 친숙한 캐릭터를 19금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손에 꼽히는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러브 뮤지엄을 기획한 트릭아트 전시사업본부 고경 이사는 “국내에는 성을 주제로 한 열린 공간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관객이 직접 소통하거나 체험하는 부분을 중요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의도를 밝혔다. 이어 그는 “성을 주제로 AR이나 VR을 활용해 더욱 전시회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러브 뮤지엄을 방문하는 사람은 대다수 커플이나 외국인 관광객. 실제 러브 뮤지엄을 찾은 1년 차 커플, 정 씨(22)와 김 씨(20)에게 소감을 묻자 조금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밌어요. 그냥 영화관, 레스토랑 매번 똑같은 데이트보다 좋은 것 같아요”라며 답했다. SNS에 러브 뮤지엄을 검색하면 권태기 커플이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라는 평이 자자하다. 커플끼리 성에 관해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
카페인 듯, 카페 아닌, 카페 같은 숍! 성인용품 숍 ‘레드컨테이너’
↑ 성인용품 숍 레드컨테이너/사진=MBN |
으슥한 뒷골목에 위치한 성인용품 숍과 달리 빨간 간판과 ‘Café’라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레드컨테이너. 가게에 진열된 콘돔 모양의 인형부터 보석함 등 센스 넘치게 진열된 상품을 보고 있으면 “이거 인테리어 소품 아닌가?”라는 생각도 절로 든다. 하지만 모두 성인용품 기구. ‘바이브레이터’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귀여운 디자인이 기존의 성인기구에 비해 거부감을 덜어준다. 이처럼 ‘컵케이크, 아이스크림, 립스틱’까지 아가자기 한 제품들이 기존의 성인용품 숍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데 한몫한다.
↑ 다양한 디자인의 성인용품/사진=MBN |
성인용품 숍에는 기구만 판매한다? 답은 NO. 레드컨테이너에는 샴푸, 바디 로션, 향초, 향수 등 생활용품도 구매할 수있다. 단 모든 제품에 이성에게 호감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페로몬’ 성분이 함유된 것이 차이점! 발칙한 선물이 될 것만 같은 비키니 모양의 컵 등을 보며 ’나도 사볼까’란 고민이 들었다.
↑ 레드컨테이너 방문객/사진=MBN |
성인용품 숍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각양각색. 20대 여성들은 귀여운 제품 디자인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별의별 제품이 있네”라며 감탄을 하기도 했다. 물론 성인용품 숍 방문을 부끄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조용히 들어와 직원의 설명만 듣다가 가게를 나섰다. 기자의 눈에 띈 건 ‘20대 커플’. 스스럼없이 성에 관해 대화하는 모습을 통해 성을 대하는 인식의 변화를 다시 느끼게 했다.
레드컨테이너는 카페와 성인용품 숍이 결합된 이색적인 공간. 아쉽게도 커피숍을 온 듯한 편안함은 아직 부족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방문하고 있다. 레드컨테이너 이호석 대표는 “커피숍 들어오는 걸 망설이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성인용품 숍도 마찬가지로 좀 더 편하게 들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라며 카페와 성인용품 숍 콜라보레이션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따뜻한 봄이 오면 건물 옥상을 활용해 루
굳이 性을 뒤에서 논할 이유가 있는가? 성은 부끄럽고 감춰야 할 대상이 아님을 대다수가 공감하는 터. 성 문화를 재밌게,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느끼게 한다.
[MBN 뉴스센터 김평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