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혹은 영화 속에 나오는 여러 교복 스타일을 보면 “참 다양해졌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학생들 교복도 새삼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우리 때 뭐 입었지?”란 질문 하나를 던지자 8090세대들은 각자 본인의 교복 스토리를 봇물 터지듯 쏟아냈다.
◆ 8090세대 교복 잇템: ‘체육복X교복 치마 콜라보레이션’
권주은(가명_88년생): “벌써 교복 입지 않은 지 12년. 아련하다 교복이라니. 우리 학교 교복은 동복, 하복 나눠져 있었어. 재킷과 넥타이, 조끼, 셔츠 그리고 블라우스와 치마가 전부였지. 바지 교복은 있긴 했지만 초창기라 대부분 입는 사람이 없었어. 바지 교복 대신 교복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 입고 돌아다녔지. 그러다가 학생 주임 선생님께 많이 혼났고(웃음)”
이혜연(가명_92년생): “우리 학교 바지 교복은 허락을 맡아야 입을 수 있었어. 바지 교복을 입어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야 했지. 그래서 바지 교복을 거의 입을 수 없었어. 진짜 불편했어 치마! 아침에 버스 안 놓치려고 열심히 뛰다가 교복 치마 찢어진 적도 있었고, 고3 되면 살이 많이 찌는데 치마랑 블라우스 모두 점점 맞지 않더라. 낑낑거리면서 입고 다닌 기억난다“
박민지(가명_93년생): “자신 있게 말하는데 우리 학교 교복은 예뻤다. 블라우스 자체가 세라복 스타일이었어. 바지 교복이 자율적 선택이었지만 세라복과 바지 교복은 어울리지 않아서 입지 않았지. 예쁜 느낌이 덜했어. 실제로 다른 친구들도 바지 교복 입는 사람이 없었어”
◆ 교복 줄인 경험은? : 무조건 ‘YES!!’
권주은: “교복도 유행이 있어. 여학생들은 교복 치마를 짧게 입는 게 유행이었다가 어느 순간 발목까지 올 정도로 길게 입는 게 유행이 됐었지. 남자 교복도 통을 줄이기도 하고 치마처럼 통을 크게 늘리기도 하고 그랬어”
이혜연: “보통 멋이 아닌 살기 위해서 줄였지. 살이 쪄서 블라우스 단추를 옮기거나 치마 단추를 옮겼던 적이 많아. 특히 고3 때는 학생 주임 선생님을 피하기 위해 후드티를 입고 이른 시각인 6시 30분에 등교하기도 했지. 그 의지로 공부를 더 해볼걸”
박민지: “나는 치마 길이로 많이 혼났지. 보통 짧게 많이 수선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치마를 두 개 가지고 다녔어.(웃음) 하나는 교문 앞에 통과하는 용도와 하나는 입고 다니는 용도로 필요했지. 걸리지 않기 위한 노력도 늘었는데, 귀신같이 알아채는 선생님들 스킬도 놀라웠다 그때”
◆ 2000세대의 교복은? : 후드티 교복 있다 없다?
정답은 O! 실제 목동에 위치한 ‘한가람 고등학교’ 교복은 후드티와 반바지다. 지난 22일 ‘정말 후드티를 입고 교문을 당당히 통과할 수 있을까? 여학생을 위한 반바지 교복은 어떨까’ 등 궁금증을 안고 한가람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롱패딩부터 컬러풀한 집업까지 다양한 외투를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묻어나왔다. 여학생 절반이 바지 교복을 입고 있었고, 대다수가 후드티 교복을 입고 있었다. 교문 검사를 하는 선생님들도 명찰 착용 여부와 교복용 후드티 착용만을 확인한다.
후드 집업도 있어 실용성은 물론 다양한 코디도 엿볼 수 있었다. 셔츠나 티셔츠 등 각자가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옷을 받쳐입고 오는 학생도 있었고, 교복 후드티를 입고 외투로 후드 집업을 걸쳐서 입고 오는 학생들도 많았다.
백성호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 시간 동안 편하게 지내야 한다”며 후드티 교복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선생님들은 아웃도어와 같은 기능성 옷도 입고 출근할 수 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셔츠, 치마 등 활동하기에 불편한 옷을 입으라 말하는 건 옳지 않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무엇보다 교복은 입는 학생들이 더 잘 아는 법! 실제 3학년에 재학 중인 장희수 학생은 “타 학교 친구들이 교복 맞냐고 물어볼 때도 있다. 규제가 많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특히 부러워한다”며 반짝이는 눈으로 장점을 설명했다.
3학년 이선재 학생도 “고3 되면 살이 찌는데 후드티는 블라우스나 셔츠에 비해 정말 편하다. 기모 안감이 덧대어져 있는 후드티도 있어 보온성도 높다. 여름에 에어컨 바람이 강해 추울 때 집업을 입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 10년 후 2010세대의 교복은?
8090세대는 ‘후드티 교복’ 이야기를 듣는 내내 설마? 우와 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실제 후드티 교복을 입는 장희수·이선재 학생에게 슬그머니 불만을 물어보니, 두 학생 모두 “재킷 교복이 좀
학생을 배려해 만들어진 실용성 甲 ‘후드티 교복’. 다음 세대인 2010세대가 입게 될 교복은 실용성과 예쁜 교복에 대한 로망 두 마리 토끼가 잡힌 교복이 되길 상상해본다.
[MBN 온라인뉴스팀 김평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