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 재벌인 록펠러가의 3세 경영인 데이비드 록펠러(1915~2017)는 미술품을 사랑하는 컬렉터였다.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0년 동안 그의 방대한 소장품들을 팔아 평소 후원해오던 하바드 대학과 록펠러 대학,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 기부하는 자선 경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전에 숙원을 해결하지 못한 채 유언으로 남겼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가 다음달 그의 유지를 받들어 소장품 1550여점에 5억달러(약 5300억원) 규모 '록펠러 컬렉션'을 출품하는 세기의 자선경매를 실시한다. 이는 2009년 크리스티 파리 경매에서 진행된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컬렉션 4억달러(4300억원)를 능가하는 단일 컬렉션 사상 최대 규모다. 록펠러 3세 사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모마에 일부 작품을 기부한 후 나머지 소장품들이 이번 경매에 나왔다.
록펠러 3세와 아내 페기 멕 그로쓰 록펠러(1915~1996)가 평생 수집한 컬렉션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클로드 모네, 조르주 쇠라, 에두아르 마네, 폴 고갱 등의 명작부터 유럽과 중국 고가구, 한국 고미술품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른다. 희귀작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현재 경매 프리뷰 전시가 열리고 있는 뉴욕 크리스티 록펠러 센터를 둘러싸고 연일 긴 줄이 서 있을 정도로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소장품이 방대해 오프라인 경매는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총 6번에 걸쳐 이뤄진다. 록펠러 컬렉션 보석 19개는 6월 12일 크리스티 뉴욕 'Magnificent Jewels(매그니피션트 주얼리즈) 경매'에 공개될 예정이다. 온라인 경매는 5월 1일부터 11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예상 응찰가 100달러(10만원)에서 1만달러(1060만원)까지 다양한 소품들로 구성된다.
경매를 앞두고 크리스티는 록펠러 컬렉션을 소개하는 홍보 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며 뉴욕, LA, 런던, 홍콩에 이어 한국을 찾았다. 코너 조던 크리스티 뉴욕 인상주의·현대회화 부회장과 벤 클라크 크리스티 아시아 부회장이 11일 서울 팔판동 크리스티코리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록펠러 컬렉션 경매 의미를 설명했다.
조단 부회장은 "컬렉션 작품 뿐만 아니라 록펠러 가문의 기업가 정신과 사회 공헌 활동을 함께 홍보하고자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도 재벌 컬렉터들이 있지 않나. 록펠러 가문이 기업가와 컬렉터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 최고가 작품은 피카소의 1905년 유화 '꽃바구니를 든 어린 소녀'로 예상 응찰가는 9000만달러(970억원)~1억2000만달러(1300억원). 파리에 살던 피카소가 이웃집에 사는 보헤미안 소녀를 그린 수작이다. 피카소의 로즈 시대 작품이 드물어 가치가 높다는게 크리스티의 설명이다. 1968년 록펠러 3세 부부는 수집가그룹까지 결성해 미국 시인이지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 컬렉션이었던 이 작품을 구입해 소장해왔다.
두번째 최고가 작품은 마티스 유화 '오달리스크'(목련 옆에 누워 있는 나부). 1923년 니스에서 그려진 이 작품은 오달리스크 테마 작품 중에서도 화려하면서도 자유분방해 작가 최고가 낙찰을 기대하고 있다. '록펠러
5월 10일 경매에서는 조선시대 소반, 항아리, 주칠장 등 한국 고미술품 19점이 새 주인을 찾는다. 조던 부회장은 "록펠러 3세 부부는 아시아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 중국, 일본을 여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