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관람료 꼼수 인상 철회" 주장
CGV에 이어 롯데시네마도 관람료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CGV가 지난 어제(11일)부터 관람료를 기존 요금 대비 1천 원 인상한 데 이어 롯데시네마도 19일부터 성인 요금에 한해 1천 원 올린다고 오늘(13일) 발표했습니다.
멀티플렉스 3개사 중 2개사가 가격을 올림에 따라 메가박스도 조만간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 "관객 몰리기 전에 선제적 가격 인상"
그동안 요금 인상에 눈치를 봐왔던 멀티플렉스들이 봄 비수기에 앞다퉈 요금을 올린 것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 관객이 몰릴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입니다.
이달 25일 개봉하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해 일찌감치 '1천만 예약 영화'로 불리고 있습니다.
전작인 '어벤져스'(2012),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도 각각 707만 명과 1천49만 명을 불러모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극장 관계자는 "요금 인상 시기를 선택할 때는 당연히 개봉 영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5월 황금연휴와 7~8월 여름 성수기에 할리우드와 한국영화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점도 선제적 요금 인상을 부추긴 것으로 보입니다.
◇ 극장들 "최저시급·임대료 올라 요금 인상 불가피"
극장들은 그러나 요금 인상의 근본적 요인으로 임대료 및 최저 시급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을 꼽고 있습니다.
극장은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사업 특성상 임대료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멀티플렉스는 특히 아르바이트 직원 고용률이 높아 최저 시급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 입니다. 실제로 공시 자료와 각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아르바이트 직원 규모는 CGV 5천600여 명, 롯데시네마 3천200여 명에 이릅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최저 시급 인상으로 각사의 인건비 예측 상승비용은 연간 1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반면, 극장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업체, IPTV VOD 서비스의 공격이 거센 데다가, 콘텐츠 소비 주요 플랫폼이 상당 부분 모바일 환경을 중심으로 이동 중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올해 1분기(1∼3월) 개봉 영화 편수는 105편에서 159편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했음에도 관객은 2% 감소했습니다.
제작사의 형편은 더욱 어렵습니다. 제작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으로 제작비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최근 한국영화가 흥행 부진을 벗어나지 못해 투자시장 침체도 감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작사들의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관람료는 극장과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이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극장업계와 영화계는 국내 관람료가 외국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각국의 주요 극장과 중국영화상영협회 등에 따르면 성인 기준으로 미국은 대략 15달러(1만9천 원), 일본은 1천800엔(1만8천 원), 중국 44위안(약 7천500원) 수준입니다.
◇ 소비자단체 "일방적·불합리한 인상"
그러나 관객들과 소비자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1인당 연평균 관람횟수는 4.2회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영화 관람이 일반적인 문화생활의 하나로 자리 잡은 만큼, 가격 상승에 대한 저항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11개 회원 단체는 이날 CGV 명동점에서 'CGV의 가격인상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엽니다.
이 단체는 "CGV의 최근 5년간 평균 영화 관람료 상승률은 9.9%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5.0%)의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CGV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CGV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로 인해 약 600억 원의 손실을 봤다"면서 "이번 요금 인상은 투자손실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한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도 "CGV의 가격 인상이 일방적이고 불합리하다"며 지난 11일부터 SNS를 통한 항의 행동을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관객들은 가격을 인상하려면 시설 개선 등 관람 환경도 개선
CGV 관계자는 "향후 상영관 좌석과 화면, 사운드 투자를 지속해 관람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롯데시네마는 "첨단 기술 도입, 상영관 리뉴얼 등을 통해 가격 인상 혜택이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