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미경 비누작가2018.07.05 [사진 = 이충우기자] |
최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일종의 서양 미술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서양미술을 공부했지만 저는 동양의 젊은 작가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들의 역사 안에 전혀 편입되지 않은 이방인의 시선이죠. 서양인들이 영원무궁하고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그리스 로마 대리석 조각을 감쪽같이 비누로 만들고 싶어졌어요. 이게 바로 동시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 신미경 '번역시리즈' |
한계가 없는 비누 조각으로 영국 미술계에 완전히 연착륙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과 런던 인류학박물관, 헌츠 오브 베니슨 갤러리, 2014년 슬리포드 국립공예디자인미술관 등에 이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에서 전시했다.
20년 넘게 연간 비누 30t을 사용하면서 조각 열전을 이어온 작가가 이번에는 건축물에 도전했다. 9월 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에서 폐허 풍경을 비누로 연출했다. 무너진 벽돌과 기둥 사이에 떨어져나간 조각상 얼굴 등이 놓여 있다. 폐허와 비누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시간성을 어떻게 가시화할 지 고민해왔다. 액체처럼 흐르는 것 같은 시간을 고체로 만든 작업이다. 일상에서 존재했다가 소멸되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 신미경 '화장실 프로젝트' |
이번 전시작에는 비누 12t이 사용됐다. 꿀, 자스민, 바질, 만다린 등 다양한 향기를 사용해 전시장에 있으면 심신이 평온해진다. 이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년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 시리즈' 일환이다.
[전지현 기자 / 사진 = 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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