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관한 창작 지원 공간 뮤지스땅스에 모여드는 저항군은 주로 인디 뮤지션이다. 음악이 업인 사람이라면 인기 유무와 상관없이 환영한다.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지하 2층 카페에서 먹고 마실 수도 있다. 연습 공간은 한 시간에 1만원, 녹음실은 한 시간에 5만5000원이면 사용 가능하다. 홍대 같은 음악 중심지에서 돈이 없어 겉돌던 음악가들에게 뮤지스땅스는 지하에 있는 오아시스인 셈이다.
"음악을 하는 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요. 홍대 클럽들이 돈을 줄 여유가 안 되니깐 뮤지션들이 무급으로 공연하는 거죠. 이 장소를 활용해서 우리는 인디 밴드들에 레코딩을 지원해주고, '같이 공연할까요'라는 콘서트도 열어줘요."
뮤지스땅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마포구가 후원하며 운영은 설립 초기부터 한국음악발전소에서 맡고 있다. 역시 최백호가 소장인 한국음악발전소는 원로 음악인들에게 생활 지원금을 보내주고, 그들 음반을 내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이날 뮤지스땅스에서는 CJ ENM '오펜 뮤직' 출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재능 있는 작곡가를 선발해 앞으로 10개월간 창작지원금과 교육, 스타 작곡가의 멘토링, 작곡, 믹싱, 제작을 지원하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이다. 1기 오펜 뮤직에 참여하게 된 아티스트 18팀을 위해 뮤지스땅스는 공간과 각종 프로듀싱 시설을 제공한다. 최 소장은 고문쯤 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오펜 뮤직 작곡가들이 원한다면 음악에 대한 조언도 해줄 계획이다.
"저는 한번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두라고 해요. 하늘이 준 재능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게 낫거든요. 작곡은 가르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작곡이 타고나는 능력이라면 '오펜 뮤직'과 같은 사업은 왜 필요할까. 그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기타를 배우면서 악보를 그리는 방법을 배웠고, 흥얼거린 소리를 악보에 옮기는 방법을 알게 됐죠. 데뷔한 다음에는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많이 물어봤어요. 작곡 스킬을 익히는 데 오래 걸렸어요."
최백호 하면 떠오르는 희대의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도 1977년 데뷔한 후 18년이나 지나서 나왔다. 후배들에겐 그 길을 보다 짧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저작권협회에 등록돼 작곡하는 사람 중 제대로 된 수입을 가져가는 사람은 전체 중 5%뿐"이라며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그것보다 훨씬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펜 뮤직은 작곡가에게 다양한 기획사와 제작사에 음악을 판매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할 계획이다.
최백호는 내년 한국 나이 일흔이 되는 기념으로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곡을 직접 썼기에 칠순까지 노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수는 가능하다면 싱어송라이터가 돼야 해요.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보세요. 송창식 선배나 조용필, 이장희 이런 분들은 전부 싱어송라이터거든요. 자기 목소리에 맞는 곡을 자기가 쓰는 것, 결국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K팝도 더 강력해질 거예요."
[박창영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