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K팝 / ⑨ 판타지오 ◆
나 전 대표는 2001~2008년 싸이더스HQ에서 매니저로 시작해 본부장까지 지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다니던 하정우를 설득해 싸이더스로 영입한 일은 지금도 업계에서 잘 알려진 얘기다. 나 전 대표에게 '액터 프로듀서(Actor Producer)'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때부터다. 그가 2008년 설립한 판타지오는 아이돌 그룹을 넘어 배우로 활동하는 '배우돌(배우+아이돌)'을 전문적으로 육성했다. 지난해 12월 나 전 대표가 물러난 뒤로도 판타지오의 '배우돌' DNA는 여전히 남아 있다.
◆ 원조 배우돌 그룹 서프라이즈
판타지오가 2013년 결성한 서프라이즈(5URPRISE)는 한국 최초로 선보인 배우 그룹이었다.
유일, 서강준, 공명, 강태오, 이태환으로 구성한 멤버는 노래는 물론 예능, 드라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일본, 베트남을 포함한 해외로 진출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그룹이다. 앨범은 아직까지 특별한 히트곡은 없지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서프라이즈는 배우돌을 처음부터 내세운 만큼 TV드라마 주연을 하나둘 꿰차고 있다. 가장 몸값이 높은 멤버는 서강준이다. 서강준은 '너도 인간이니?' '안투라지' '치즈인더트랩' '화정' 등에서 주연을 꿰차며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함께 데뷔한 공명과 강태오 또한 드라마 주연을 꿰차며 점차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이태환은 화제작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황금빛 내인생'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유일은 케이블TV 드라마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판타지오는 서프라이즈의 성공에 힘입어 '서프라이즈U'를 2017년 결성했다.
◆ 웹드라마로 연기력 키워
주연급 배우로 최근 떠오른 차은우는 판타지오가 설립한 그룹 아스트로(ASTRO) 출신이다. 2015년 판타지오가 제작한 '투 비 컨티뉴드'에서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 뒤로 3년 만에 주연급으로 급성장했다. 주로 웹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연기력을 키운 결과였다. 차은우는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주연 도경석을 맡으며 어느덧 '블루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스트로 다른 멤버들도 점차 TV 진출을 노크하고 있다. 케이블TV 프로그램 진행을 맡거나 판타지오 제작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점차 이름을 알리고 있다.
판타지오는 아이돌로 먼저 시작하는 연기돌 걸그룹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헬로비너스의 나라(권나라)는 지난 7월부터 방영하는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걸그룹 위키미키의 김도연 또한 차세대 연기돌로 주목을 받는 신예다.
◆ 매니저 사관학교 도입
판타지오의 핵심 역량은 바로 체계적 배우돌 육성 시스템이다. 2008년 출범할 당시 정상급 배우 60여 명을 보유한 대형 기획사로 출발해, 체계적 관리와 육성 시스템을 선보이며 연예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콘텐츠 강소기업'으로 선정할 만큼 역량을 인정받았다. 연예기획사로는 드물게 연구·개발(R&D)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화제를 모았는데 아티스트 육성 프로그램 '아이틴 오디션', 연기자 발굴 프로젝트 '액터스리그'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었다. 특히 판타지오는 단순히 아이돌 관리에 그치지 않고 매니저 또한 자존감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매니저사관학교'를 구성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기 쉬운 국내 연예기획사의 토양에서 판타지오의 시도는 파격이었다.
◆ 중국 투자 받으며 분쟁
판타지오는 한때 하정우 주진모 염정아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사였다. 2015년까지만 해도 판타지오의 연간 매출액은 231억원, 영업이익은 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6년 간판 배우들이 재계약하지 않고 대거 탈퇴하며 어려움이 닥쳤다. 2016년 연간 매출액은 217억원으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 영업손실이 36억5000만원에 이르며 급속히 악화됐다.
판타지오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 10월 중국 자본을 유치했다. 중국 JC그룹이 참여해 경영난을 타개해 보려고 했지만 '미다스의 손'으로 꼽히던 나
국내 연예기획사 최초로 체계적 시스템을 도입한 판타지오지만, 배우들의 잇단 퇴사에 음반에서도 크게 성공하지 못하면서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