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도시 서울에서 미래 가수와 미래 관객이 만났다. 지난 15일 첫 내한 공연을 한 캐나다 가수 위켄드(28)의 콘서트는 '미래'라는 키워드로 점철됐다. 그는 유행 지난 음악 갈래로 여겨졌던 R&B(리듬앤블루스)에 일렉트로닉 뮤직, 록, 힙합을 섞어 장르에 생명력을 부여한 뮤지션이다. 탈영역과 융복합으로 규정되는 미래 사회 성공 문법을 음악에 가져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서울의 관객들은 스마트폰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감상법으로 미래 아티스트에 걸맞는 공연장을 만들어냈다.
이날 서울시 구로구 1호선 구일역 방면 전철은 오후 6시 20분 무렵부터 만원이었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오후 7시에 예정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8 위켄드'를 보기 위한 인파 때문이었다. 청소년관람불가였는데도 이날 공연장은 2만4000여명의 팬이 몰리며 대성황을 이뤘다. 할인가 기준 7만400~11만4400원이었던 티켓 평균가격을 9만2400원으로 잡았을 때 추정 매출은 22억원 이상이다.
왜 위켄드에 열광하는가. 그는 2010년대 초 PBR&B(피비아르앤드비)로 불리는 몽환적인 멜로디의 장르를 선도한 3인의 가수 중 한 명이다. 함께 트로이카로 꼽히는 프랭크 오션과 비교하면 한국 공연 수요층이 좋아하는 '지르는 고음'을 많이 쓰며, 미겔에 비해서는 보다 대중성이 높은 멜로디 라인을 사용한다.
김반야 음악 평론가는 "보통 어떤 장르가 부흥할 때는 그것을 대표하는 스타가 나오기 마련인데, 위켄드는 PBR&B를 대중적으로 알린 아이콘"이라며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힙함(신선함)과 핫함(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을 동시에 획득한 뮤지션"이라고 평가했다.
위켄드는 이날 25곡을 불렀다. 일관된 분위기로 90분 간 꿈을 꾸는 듯한 무대였다. 보통 공연 전체를 2~3개 챕터로 나눠서 흥분과 감동 사이를 오가는 다른 뮤지션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었다. 물론, 곡마다 보다 강조되는 악기나 장르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론 '환상 세계로의 여행'으로 요약될 만한 무대였다. 록, 힙합, R&B를 비롯한 여러 장르의 혼합 속에서도 배경에 짙게 깔린 일렉트로닉 뮤직이 주는 멜랑콜리함 때문이었다.
무대 장치에서 돋보인 건 빛으로 크게 세가지 축이었다. 가수 바로 뒤에 태양열 패널처럼 설치돼 있던 LED 조명과, 천장에서 아티스트 머리 위로 떨어지는 조명, 그리고 무대에서 관객석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라이트였다. 특별한 무대 영상 없이도, 이 불빛들이 곡의 분위기와 박자에 따라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청중이 느낀 몽롱한 기분을 증폭시켰다.
관객들의 관람 행태에서 미래지향적이라고 느껴진 부분은 스마트폰의 활용에 있었다. 그 어떤 가수의 내한 공연에서보다 녹화를 열심히 했다. 특히, 모 스마트폰 광고음악으로 삽입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캔트 필 마이 페이스'(Can’t Feel My Face)가 나올 땐 스탠딩석 관중의 약 90%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영상으로 기록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의 감동을 고스란히 저장해서 미래에 언제든 꺼내보겠다는 의지다. 인스타그램에 올려 팝스타를 영접한 순간을 인증하려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위켄드는 "한국에는 처음 와봤는데, 너
네 참 예쁘다"는 말 정도를 제외해놓고는 관객들에게 말도 별로 걸지 않았다. 빌보드 역사상 최초로 R&B 차트 1~3위를 자신의 노래로 동시에 채워본 아티스트다운 자신감이었다. 90분 내내 고척돔을 뚫을 듯 높은 음을 내지르고도, 단 한번도 음정이 흔들리지 않았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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