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기원 항아리 문화재청 국보로 승격

↑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고려 청자의 시원(始原)으로 평가받는 보물 '청자 순화4년(淳化四年)명 항아리'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26일 이화여대 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제273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를 보물 지정 56년 만에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항아리는 1910년 세상에 처음 공개됐으나 발굴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인 소장가들을 거쳐 1957년 이화여대가 구매했다. 고려 왕들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인 태묘(太廟)에서 사용한 왕실 제기로 항아리 바닥면에는 '순화 4년 계사년 태묘 제1실 향기로서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淳化四年 癸巳 太廟第一室 享器 匠崔吉會 造)'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993년(고려 성종 12) 태묘 제1실의 향기(제기)로 쓰기 위해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화는 송 태종이 사용한 네 번째 연호로 순화4년은 993년이다.
이 항아리 높이는 35.2㎝이며 문양이 없다. 입구가 넓고 곧게 서 있으며, 몸체는 어깨 부분이 약간 넓은 유선형이다. 표면에 미세한 거품이 있으나, 비교적 치밀한 유백색 점토를 사용해 바탕흙의 품질이 좋다. 표면에는 은은한 광택과 함께 미세한 빙렬(氷裂)이 있고, 군데군데 긁힌 사용 흔적이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가 1989∼1990년 황해도 배천군 원산리 2호 가마터에서 출토한 '순화3년(淳化三年)명 고배(高杯·굽다리접시)'와 다른 파편에서도 확인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한편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과 금속활자로 찍은 서적인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新刊類編歷擧三場文選對策) 권5∼6'은 각각 보물지정이 예고됐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한 곳으로 유명한 군위 인각사 공양구는 2008년 발굴조사 중 건물터 동쪽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에서 발견됐다.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 초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공예품 11점과 청자 7점으로 구성됐다.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