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베이징올림픽이 어젯밤 막을 내렸습니다.우리 선수단은 역대 최고인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며 종합 7위에 올랐는데요.취재기자와 함께 이번 베이징올림픽 총결산을 해보겠습니다.김천홍 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질문 1 】개막식 못지않게 화려하고 볼거리 많은 폐막식이었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베이징올림픽이 어젯밤 성대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끝냈습니다.'광란과 열정'을 주제로 한 폐막식에서 장이머우 감독은 개막식 때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작품들을 선보였는데요.폐막식은 200여 명의 고수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펼치는 북 공연으로 시작됐습니다.원은 화합을 과시하면서 이번 올림픽이 원만하게 끝났음(원만결속·圓滿結束)을 상징했습니다.우리 선수단 기수는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이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요.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등장이었습니다.베컴은 런던 명물인 이층버스 위에 올라서 선수단을 향해 축구공을 찼는데요. 그게 바로 '런던으로의 초대'를 뜻했습니다.성화는 올림픽 주제가인 '너와 나'가 울려 퍼지고 선수단이 귀국 비행기 트랩에 올라 지난17일간의 열전을 회상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꺼졌습니다.별다른 특수 효과는 동원되지 않았고 대신 '추억의 탑'이 경기장 한복판에 세워진 뒤 성화는 마음속에 있다는 뜻의 '인간 성화'가 켜져 탄성을 자아냈습니다.세계 3대 테너로 꼽히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중국 민요의 여왕 쑹쭈잉이 폐막식 주제가인 '사랑의 불꽃'을 열창한 것도 하이라이트였습니다.이 외에도 폐막식은 하나의 거대한 음악 파티와도 같았는데요.청룽과 유덕화 등 중화권 연예인 12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폐막의 서운함을 표현했고, 특히 우리나라의 가수 비가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비는 대만의 왕리훙, 홍콩의 천후이린, 중국의 한쉐 등과 함께 '베이징 베이징 내 사랑 베이징'을 중국어로 불렀습니다.폐막 축제가 끝난 뒤에도 또 한 차례 화려한 불꽃놀이가 메인스타디움인 냐오차오와 천안문 광장 등의 밤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질문 2 】우리 태극전사들, 이번 대회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해 줬는데요?【 기자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 종합 7위가 이번 대회 우리나라의 성적표입니다.금메달 12개를 따 종합 4위에 올랐던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최고의 성적인데요.서울올림픽에 개최국 이점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명실 공히 최고의 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이로써 우리나라는 8위에 그친 일본을 따돌리고 8년 만에 아시아 2위로 복귀하는 기쁨을 누렸는데요.사실 이 같은 선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습니다.그도 그럴 것이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이 올림픽 개막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중도 사퇴해 자칫 수장 없이 대회에 나설 뻔 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게다가 전력 자체가 그렇게 막강한 것으로 평가되지 않았습니다.목표를 금 10개로 잡긴 했지만, 대한체육회가 자체적으로 분류한 금 확실 종목은 7개일 정도였습니다.그러나 워낙 출발이 좋았습니다.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회 첫날부터 유도 60㎏급의 최민호가 한판승 행진으로 금메달을 따는 등 쾌조의 출발을 보였습니다.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들기도 전에 이미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습니다.이처럼 초반 레이스가 순조롭자 다른 선수들도 보다 편한 마음으로 자신감 있는 경기를 한 것이 선전의 요인으로 분석됩니다.또 하나, 전통의 효자 종목 외에도 수영, 펜싱, 야구 등에서 메달을 낚은 것도 큰 성과로 꼽힙니다.【 질문 3 】참으로 기쁜 순간도 많고, 아쉬운 순간들도 많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일이 세기도 힘들만큼 많은 장면이 떠오르는데요.가장 먼저 '복수혈전'의 순간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아테네올림픽에서 분루를 삼키고 이번 대회 설욕에 나선 선수들이 있었는데요.유도의 최민호 선수는 정말 화끈하게 설욕에 성공했습니다.최민호는 아테네올림픽에서 갑작스런 근육 경련으로 동메달에 그친 바 있습니다.이후 지독한 3위 징크스에 시달리며 절치부심해왔는데요.이번 대회 전 경기 한판승 행진을 벌이며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습니다.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경기가 끝나고 시상대에 올라서도 펑펑 우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죠.사격 진종오 선수의 설욕은 더욱 극적이었습니다.진종오는 아테네올림픽 남자공기권총 50m에서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친 적이 있는데요.진종오 역시 출발이 상큼했습니다. 대회 첫날 주종목이 아닌 공기권총 1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감을 조율했습니다.주종목인 50m 결승에 나선 진종오. 예선에선 다소 부진했지만,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며 1위를 확정하나 싶었습니다.그런데 마지막 발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며 아테네의 악몽이 재현되나 싶었죠.다행히 다른 선수들도 낮은 점수를 쏴 우승을 확정 짓긴 했지만, 본인이나 지켜보는 국민이나 모두 간담이 서늘한 순간이었습니다.세계에서 가장 힘센 여성으로 우뚝 선 역도 장미란 선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장미란은 지난 아테네올림픽과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중국 선수에 밀리며 2위에 그쳤는데요.이후 살을 찌우는 고통을 감내하며 절치부심한 장미란에게 적수는 없었습니다.최대 라이벌인 중국의 무솽솽조차 자신이 없어 출전을 포기했을 정도인데요.그만큼 무혈입성이 당연시됐지만, 장미란은 '잘해도 본전'이라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세계신기록까지 갈아치우며 한국 역도에 16년 만에 금메달을 선사했습니다.반면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팬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는데요.역도의 이배영 선수.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던 이배영 선수는 인상에서 이미 한국 신기록을 들어 올리며 금메달을 눈앞에 뒀다가, 갑작스런 다리 근육 경련으로 실격패하고 말았습니다.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이배영의 투혼은 세계인을 감동시켰습니다.경기 이튿날 국제역도연맹 홈페이지가 메달리스트보다 이배영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을 정도였습니다.아테네올림픽에서도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이 빌미가 돼 덴마크에 아깝게 졌던 여자 핸드볼 팀은 이번에도 심판 판정에 울고 말았습니다.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에서 막판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지만, 심판의 오심으로 역전패하고 만 것인데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표팀. 헝가리와의 3-4위전에서 또다시 우리를 울렸죠?앞서 있는 상황.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임영철 감독이 갑자기 작전 타임을 불러 의아했는데요.알고 보니 오성옥, 홍정호, 오영란 등 고참 선수들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해 준 배려였습니다.참 가슴 찡한 순간이었습니다.또 너무너무 아쉬운 장면도 많았습니다.유도의 왕기춘, 김재범, 복싱의 김정주, 백종섭은 부상에 울어야만 했습니다.남자유도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왕기춘은 8강전에서 갈비뼈가 부러졌음에도 투혼을 발휘했지만,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이원희의 연습 파트너 출신인 김재범도 매 경기 투혼을 불살랐지만, 잇따른 연장 승부로 인한 피로감을 극복 못 하고 금메달을 놓쳤습니다.복싱에서 2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김정주와 백종섭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라이트급 8강에 올랐던 백종섭은 기관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눈물을 머금고 경기를 포기해야 했고, 김정주는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습니다.김정주는 왼손등이 부러졌지만, 진통제를 맞으며 경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4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스포츠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고 볼 수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영원히 우리와는 거리가 먼 종목으로만 여겼던수영 종목에서 첫 메달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금메달로.박태환 선수는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2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는데요.400m 금메달은 아시아인이 72년 만에 딴 것이고, 200m 은메달은 아시아인 역대 최고 성적입니다.박태환의 나이는 이제 고작 스무 살.박태환은 기자회견에서 펠프스를 존경하지만 다음에는 꼭 꺾겠다고 이야기했는데요.다음 런던올림픽에서는 1,500m까지 3관왕을 기대해봐도 되겠습니다.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남자 110m 허들의 이정준 선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이정준은 13초55의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육상 트랙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예선을 통과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질문 5 】축구와 야구. 양대 인기 구기 종목인데요. 명암은 확실히 엇갈렸죠?【 기자 】네,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8강 진출, 더 나아가 메달 획득까지 노렸던 축구대표팀은 졸전 끝에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대표팀은 첫 경기인 카메룬전에서 다 잡은 경기를 내주더니 이탈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변변한 경기 한 번 제대로 못 보여준 채 0대3으로 완패했습니다.온두라스전에서 겨우 1대0 승리를낚긴 했지만 팬들은 8강 진출 실패라는 결과보다도 형편없는 내용에 실망감을 보였습니다.반면, 야구 대표팀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 오랜만에 국민을 기쁘게 했습니다.야구 대표팀은 9전 전승, 무결점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종주국인 미국을 첫 경기에서 8대7, 케네디 스코어로 누르더니 숙적 일본은 예선과 준결승에서 모두 제압했습니다.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막판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에 경기를 내 줄 위기에 몰렸지만, 멋진 더블 플레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전 세계 언론은 앞다퉈 한국 야구를 극찬했고, 팬들은 오랜만에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질문 6 】우리 태권도가 이번 대회에서 겹경사를 맞았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 태권도, 이번에는 확실히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웠습니다.우리나라는 출전한 네 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아무리 종주국이라지만 세계 태권도가 평준화된 상황에서 절대 쉽지 않은 일인데요.실제로 싹쓸이는 이번이 처음입니다.임수정과 손태진, 차동민 선수는 경기 종료 직전 결정타를 날리며 마지막에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그리고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던 황경선 선수는 왼무릎 인대가 끊어질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진통제 투혼을 발휘해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을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이른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인데요. 특히 황경선 선수는 16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알 막툼 공주의 얼굴을 발차기로 강타해 '공주의 굴욕'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선수들이 메달로 자존심을 세웠다면 아테네 영웅 문대성 교수는 당당히 1위로 IOC 선수위원에 당선돼 국위를 선양했습니다.문 교수는 25일간의 선거 기간 하루도빠짐없이 태권도복을 입고 선수촌으로 출근하는 성실성을 인정받았습니다.끈기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래저래 우리 태권도, 이번에 정말 대단했습니다.【 질문 7 】중국이 올림픽 도전 24년 만에 종합 1위를 달성했는데요. 이 밖에 올림픽 소식 간추려주시죠.【 기자 】중국은 지난 84년 LA올림픽부터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이때부터 이미 중국은 스포츠계의 거물임을 보여줬습니다.11위에 머물렀던 서울올림픽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5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미국의 턱밑까지추격하기에 이르렀습니다.탄탄한 전력에 홈 이점까지 고려하면 종합 1위 등극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한데요.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중국의 금메달 숫자는 51개. 미국보다 15개나 많은 압승이었습니다.중국은 전통의 메달밭인 체조와 역도, 다이빙, 사격, 배드민턴, 탁구 등에서 한치의 어김도 없이 선전을 펼쳤습니다.체조에서는 14개의 금메달 중 9개를 휩쓸었고, 역도 역시 출전한 10체급 중 8체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다이빙은 미녀 다이버 궈징징을 앞세워 7개의 금메달을 사냥했고, 탁구는 남녀 단체전과 단식 등 전 종목을 석권했습니다.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육상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음에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반면 미국은 주 종목인 육상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게 중국에 크게 뒤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한편, 차기 개최국인 영국이 88년 만에 최고인 19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종합 4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습니다.펠프스와 볼트라는 두 영웅의 탄생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입니다.미국의 수영 천재 펠프스는 혼자서 금메달 8개를 목에 걸며 마크 슈피츠의 단일 대회 최다관왕 기록을 깼습니다.펠프스는 아테네에서도 금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따 통산 올림픽 메달 숫자에서도 2위에 올랐습니다.통산 1위는 체조에서만 금메달 9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목에 건 러시아의 라리사 라티니나입니다.자메이카의 썬더볼트 우사인 볼트는 제시 오웬스, 바비 모로, 칼 루이스 등에 이어 올림픽 역사상 네 번째로 단거리 3종목을 휩쓰는 선수가 됐습니다.더욱이 볼트는 세 종목 모두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강력한 경쟁자만 나타난다면 조만간 9초50 대도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물과 땅에서 두 영웅이 등장했다면, 두 영웅은 아쉽게 작별을 고하기도 했는데요.중국의 자존심이자 아시아의 자존심이었던 남자 110m 허들의 류시앙이 고질적인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습니다.너무 기대가 컸던 탓에 치욕적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류시앙은 선천적인 뒤꿈치 장애로 인한 고통을 견디며 몇 년간 운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또 박태환의 경쟁자로 잘 알려졌던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에게도 이번 대회는 쓸쓸했습니다.시드니에서 금 2,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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