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유인택 사장과 배양숙 글로벌INSIGHT포럼 대표 |
A 예술의전당은 국가대표 공공 복합문화예술 센터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국가 극장으로서 공공성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문제가 되더군요. 우리 예술의전당의 국가 보조율, 국고에서 보조하는 비율이 전체 예산, 약 450억 중 25%입니다. 전 세계에서 제일 낮아요. 거꾸로 얘기하면 재정 자립도가 제일 높다는 것이죠. 75%, 약 320억 원을 공연이나 전시 입장수입, 대관료, 식음료매장 임대, 주차료, 교육아카데미 등으로 저희가 직접 법니다. 그러다 보니 공공극장으로서 공적인 사업에 더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죠. 예술계에서 국가 대표 공공극장이 예술계를 위한 공적 사업이 아니라 '대관 장사만 하냐'는 지적과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재원 확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주는 국고지원금을 받기 위해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기획재정부 등을 열심히 다니면서 2020년 예산에 국고 보조율을 높이지만, 그것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겠죠. 다른 민간 재원의 자원을 확보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단추로 7월 1일부로 우리 예술의전당이 기존 골드회원에 준하는 혜택을 담은 '골드회원권'이라는 제도를 선보였습니다. 1년에 연회비 10만 원을 내고 골드회원 자격을 선물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선물 받은 분은 이를 통해 여러 가지 혜택을 받게 되죠. 각종 공연 정보를 주고, 공연과 식음료 매장 할인도 해 주고, 주차 서비스도 해 주는 등 말입니다. 이런 좋은 제도를 대폭 확장해 임기 3년에 10만 명의 골드회원을 모아보자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면 약 100억 원이 됩니다. 이 돈은 예술 사업하는 데는 굉장히 큰 돈 이거든요. 이걸 시작으로 재원 확보를 해서, 우리가 좀 더 예술의전당답게 예술가와 예술 향유자인 국민들을 위해서 제대로 한 번 서비스해보자, 그렇게 지금 막 스타트를 걸었습니다.
↑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에서 유인택 사장, <사진제공=예술의전당> |
A 예, 물론 있습니다. 단순히 금전적 혜택 뿐만 아니라, 예술의전당 골드회원이라는 것에서 오는 사회적 가치가 생길 것입니다. 공적 예술 사업을 지원하는 회원으로서, 그 일부분을 담당한다는 것에서 오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 개인이 어떤 혜택을 받는 것을 넘어서, 기쁨을 줄 수 있는 선물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기념일, 추석, 설 , 크리스마스 선물 등 선물 문화가 확장돼 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뭘 선물할까 고민하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10만 원이라는 것이 크게 부담되는 금액이 아니라면, 문화적 가치가 가미돼 있는 예술의전당 골드회원권 선물은 10만 원이라는 현금보다는 훨씬 그 의미가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선물 문화 속에서 '예술의전당 골드회원 활용하기' 캠페인 등을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Q. 받는 분에겐 기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예술후원 시니어 세대가 주니어 시대로의 이동을 해야 될 지점이다. 대기업이 후원을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중소기업, 벤처인들이 후원을 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 라고 좋은 아이디어를 말씀하셨는데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A 우리가 기존의 60년대, 70년대, 80년대 대한민국이 가난했던 시절, 소득 1만 달러가 안 됐죠. 그 시절에는 대기업 밖에 없었던 거죠. 그러니까 예술가들도 당연히 예술 후원을 받으려면 주로 대기업들 문을 두드렸는데…지금은 저희가 세계 경제 규모 12위 국가가 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2000년대 전후 대한민국의 경제가 벤처 붐이 일어나면서 중소기업들이 수십만 개가 생겨난 거죠.
이 세대들은 대기업 위주의, 소위 말하는 올드세대와는 시대를 달리 하는 거죠. 이제, 이 벤처기업의 주력 부대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일상적인 문화예술을 향유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예술 후원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이죠. 한 번에 큰 후원을 하는 것이 아니고, 십시일반이라는 우리의 전통문화처럼, 새로운 예술후원 세력으로 중소기업, 벤처인들을 보고 그쪽으로 확장하고자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사진제공=예술의전당> |
A 예, 미국과 유럽, 아시아와 남미의 아르헨티나까지 전세계 20개 국가, 30여 개의 국립 공연장 등 전 세계 유수의 극장 수장과 관계자들을 중국이 한자리에 모은 거죠.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지금 클래식 오페라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어렵습니다. 반면 아시다시피, 중국이 G2라고 불릴 정도로 대국이자 강국으로 올라서면서 15억 인구의 중국 클래식 오페라 시장이 성장하고 있거든요. 그 뉴스에 오페라 관계자들이 모두 참가한 거죠.
한국은 클래식오페라 시장이 굉장히 협소합니다.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8년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 전체 공연 시장에서 오페라가 차지하는 부분이 1%입니다. '양악'이라고 분류된 클래식도 1.4% 내외로 기억합니다. 국내 시장이 너무 작다 보니 진짜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같은 상황으로 전 세계 유수의 오페라 클래식 극장 관계자들도 베이징에 모인 거죠. 거기서 돌파구를 찾는데, 중국이 약 500개의 오페라극장을 전국에 짓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보다도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극장들을 말이죠.
하지만 중국의 자본으로 극장은 지었다 하더라도, 극장 안에 들어갈 오페라 클래식 콘텐츠는 아직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거죠. 그 콘텐츠의 빈 곳에 바로 우리 한국의 클래식, 오페라, 발레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9 베이징 공연예술포럼에서 뉴욕 카네기홀과 케네디 센터, 런던 로얄 오페라하우스,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등 전세계 극장 대표자들과 함께한 유인택사장. |
A 예, 케이팝, k-드라마 등의 한류는 시장적 진출이죠. 하지만 순수기초 예술이라고 하는 오페라, 발레, 클래식 등은 그렇게 비즈니스적으로 출발할 수 없겠죠. 다만 전 세계 한류를 통해서 '한국' 자체에 대한 팬들이 생겼단 말이죠. 한국은 방탄소년단, SM엔터테인먼트, 드라마밖에 없을까요? 그렇지 않잖아요. 문화 강국이라면, 역시 연극이나 미술, 또는 클래식 등이 뒷받침이 돼야 하죠.
국가 간 관계에 있어서 문화는 교류가 돼야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대중문화 콘텐츠는 산업으로 진출을 합니다. 문화예술은 교류의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어야죠. 저는 베트남 오케스트라를 2020년에 교향악축제에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클래식을 통해서 상업적 이익보다는 교류를 이뤄낼 수 있는 거죠. 지금 정부가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진출하는데 문화가 외교로서 도움이 되는 겁니다. 저희 예술의전당이 가진 클래식, 오페라, 발레 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의 미술관, 국내 유일의 서예박물관 등을 통해 문화 외교로서 국위를 선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순수 기초예술 종사자들이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보는 것이 예술의전당이 해야 할 몫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예술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합니다. 사장님께서 예술후원에 대해 시니어에서 주니어로의 확장을 언급하셨는데, 예술의전당 공간을 활용해 가난하지만 실력 있는 젊은 예술인들을 지원하실 생각은 있으신지요?
A 예술의전당이 그동안 대체로 '강남 부자들의 극장', 이런 이미지화 돼 있죠. 그리고 비싼 대관료 등으로 인해서 경제력이 빈약한 예술가, 특히 신진 청년작가들에게는 그 벽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와서, '국가대표 공공문화 센터로써 공공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신진 청년작가들한테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전시할 기회를 주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희가 직접 비용을 부담해서 서울 강남의 예술의전당이 아니라 국가 극장으로서 역할을 해보자고 기획했습니다. 제주도에서부터 강원도까지 전국의 청년작가들을 위해 전시관 전체를 열어서 기획 전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예술의전당 밤 전경. <사진제공=예술의전당> |
A 예, 지금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술의전당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예술경영지원센터라고 있어요. 이 지원센터가 신진 작가들의 작업을 후원하고 있는데, 우리는 전시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내년 사업계획의 실무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 초중고 학생들이 입시 공부에 시달리다 보니 케이팝 등 대중문화는 일상적으로 향유를 하지만, 클래식, 연극, 오페라, 발레 등은 접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그것도 우리가 공공 극장으로서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학생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적어도 오페라 한 편, 발레 한 편은 봐야 하지 않겠느냐' 고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들이 성인이 돼서도 "어, 오페라 한번 보러 갈까?", "발레 한번 보러 갈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돕는 거죠.
A 청소년기라는 게 만약 중고등학교 시절이라면, 그때는 저희가 배고팠던 시절, 대한민국이 무지무지 가난했던 시절이라 어떻게 하면 돈을 벌고 취직해서 성공할 것이냐만 생각했었죠.
저는 약학대학을 나왔습니다. 요즘 최고 인기 직종으로 평생 안전하고, 정년도 없는 선망의 대상인데요. 저는 대학 시절 때 취미로 연극반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때 연극에 미쳐서, 연극이 좋아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이렇게 오늘날 예술의전당 사장으로서 이 자리에 섰는데요. 젊은 시절의 연극을 향한 사랑이 지금까지 저를 관통하고 있고 그 영향을 받아 현재의 저는 연극, 영화, 뮤지컬, 극장경영, 심지어는 벤처캐피털, 문화 콘텐츠 투자관리자까지 겪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죠.
대학로의 수많은 젊은이가 자기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까? 단순한 일자리 제공보다는 젊은이들의 이같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와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기성세대,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 예술 인생 40년에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예술의전당 사장이 제 예술 인생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어진 임기 동안 최대한 제가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그 수천, 수만 명의 인적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Q. 3년이라는 임기가 너무 짧은 것 같습니다.(웃음)
A 넓은 곳으로 가서 제가 역할을 해야겠죠. 저는 어떻게든 아시아를 아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예술의 꿈을 한 곳에서만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학 예술교육을 포함해서 예술계 전체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시간 거리에 있는 15억 인구의 중국, 그다음에 일본, 동남아시아 등과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한 테두리 내 시장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A (웃음) 저희가 7남매, 형제가 많아서 저는 막내라 보이지도 않았어요, 부모님께. 그리고 알아서 해라, 이런 분위기였죠.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장남 장녀만 보여서 그 밑에 둘째, 셋째도 잘 안 보시잖아요. 어려서부터 자력갱생했죠. 하하하.
Q. 지금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인데요,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학부모의 강한 교육열이 주는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자녀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회적 병리 현상도 많습니다.
A 흔히 캥거루족, 이렇게 이야기를 하죠. 뭐 나름대로 저도 이제 60여 년 인생을 살았는데, 그 세상에 평생 '안전빵(?)' 이라고는 없는 거 같아요. 그것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공무원, 교사를 이야기하는데…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막을 치고 키운다고 평생 온실 속에서 살 순 없잖아요. 그럼 언제 온실 바깥으로 나갈 거냐, 혹은 태풍이나 지진으로 비닐하우스가 찢어져 온실이 파괴될 때 어떻게 할 거냐는 우려가 있죠. 너무 온실 속에서 자라다 보면 사람이 면역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비바람 맞으면 바로 감기에 걸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진짜 그 자식을 사랑한다면 면역력을 키워야지, 계속 이렇게 온실 속에서 키운다던가, 계속 영양제로 키우는 것은 결국은 자식의 경쟁력, 면역력을 약화하는 일입니다. '좀 나가 놀아라' 이런 식으로 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주말 예술의전당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을 관람하고, 예술의 뜰에서 연주회를 보면서 어린아이, 노인, 가족, 학생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시끌벅적한 자유로운 모습을 통해 '생명력이 넘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아하고 고즈넉한 예술의전당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과의 온도 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A 지하 1층에 비타민 스테이션이라는 식음료매장이 들어와 있는데 곧 임대 계약이 만료돼요. 그래서 다시 새로운 입점 업체를 찾으려고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물론 수익사업을 해야 하니까 당연히 식음료매장 임대를 계획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가 지금 저출산 문제, 육아 문제로 힘들잖아요? 우리 문화 콘텐츠, 특히 공연예술을 가장 왕성하게 소비하는 연령이 20대, 30대 여성입니다. 그분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죠. 그래서 저희가 그 빈 곳을 어린이 라운지로 꾸밀 계획입니다.
'한 가족이 결혼하고 육아하는 동안에도 지속해서 문화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 이것이 예술의전당이 달라지는 하나의 모습이고요. 그다음 푸드코트나 아트마켓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저는 그것이 오페라 하우스 혹은 클래식 공연과 충돌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시민의 공간이고, 국민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서로 용인되고, 조화를 이뤄 나가게끔 잘 디자인을 하는 것이 예술의전당의 임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이 자리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을 하시다가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은 권위적일 수 있었죠. 사장 독임제 시스템이라 사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저는 그랬어요. "사장은 길어야 3년 있다 그만두는데, 여기에 몸담은 직원들은 평생 정년퇴임 때까지 적어도 30년 이상, 소위 청춘을 다 예술의전당에 바치는 사람들이다. 3년 있다 갈 사람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이죠. 그래서 "여러분들, 특히 80년대생, 90년대생 직원들은 자기의 젊음을 예술의전당에서 보낼 텐데 이것이 과연 온당한지, 바람직한지, 직접 좀 토론을 해봐라" 이렇게 말합니다. 공론화, 내지는 숙의 과정을 거치는 거죠. 어린이 라운지도 그런 격렬한 토론, 토의를 거쳐 결정된 사업입니다.
↑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 전경. <사진제공=예술의전당> |
A 제가 예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 뮤지컬 단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잘 압니다. 세종문화회관에 파이프오르간이 있죠. 근데 1년에 한 번도 안 씁니다. 그런데 그걸 1년 유지하는데, 약 4~5억 원이 듭니다. 제가 세종문화회관에 재직할 당시에도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걸 봤습니다. 계륵 같은 상황이죠. 세종문화회관의 현실을 알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위의 이야기로 대신하겠습니다.
또,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많은 돈을 들여 설치하고 유지하는 것은 전시성 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돈이라면 대한민국의 신진 청년, 젊은 예술가, 아티스트들에게 더 많은 전시 공간 또는 무대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하는데, 저는 기회 제공의 측면을 더 많이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예술의전당이 1984년 착공을 하며 '문화적 주체성 확립, 한국문화예술의 국제적 연대성 고취, 국제교류 정신, 국민 문화복지 실현'이라는 주제 아래 건립된 지 30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사장님과의 인터뷰에서 그 목적이 조금 더 확실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A 지난 베이징 포럼에서 뉴욕의 링컨센터 대표가 "세계적으로 IBK챔버홀은 최고다"라고 인정을 했습니다.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충분히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것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로 독주회, 독창회를 하는 리사이틀홀이 있습니다. 이 곳은 내년 대관 심사가 끝났습니다. 약 700여 단체가 신청했는데, 500여 곳이 탈락했습니다. 그만큼 절대적으로 무대가 적은 거죠.
그래서 저희 음악당 지하에 빈 곳을 떠올렸어요. 그 공간의 연습실을 조금만 리모델링하면 제2의 리사이틀홀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리모델링 비용이 좀 들어서 외부에서 돈을 유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IBK챔버홀을 대관 신청하셨다가 탈락한 분과 저녁을 먹다가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10억원 정도 든다고 말했는데, 그분이 쾌척하겠다고, 익명으로 쾌척하겠다고 해서 그 절차가 이뤄졌습니다.
좋은 미담이라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예전과 달라진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 경험들이 후원의 주체를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플랫폼으로서의 예술의전당, 공공극장에 더 관심을 두고 다가간다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이 보다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사)한국서도협회에서 주최한 제25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전시작품 앞에서 유인택 사장과 배양숙 글로벌INSIGHT포럼 대표. |
"잠시 손을 놓고 산다는 일,
역사라는 것, 아름다움이라는 것.
진실 그것을 생각할 기회를 가질 때도 필요하다.
그런 우리 모두의 장소인 공동체의 장을
지금 우리가 마련하는 것이다."
35년 전 예술의전당 건립을 준비하던 故김석철 건축가가 남긴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
식도암 수술을 받고 말을 할 수 없던 상황에서 기어코 제자들에게 달려가 마지막 가르침을 주셨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주던 제자 백희성건축가의 추억과 오버랩되는 김석철 건축가의 '진실'이 담긴 공동체의 장인 예술의전당.
대한민국 문
[배양숙 글로벌INSIGHT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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