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라는 마태 복음 구절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은연중 드러내준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윤가은 감독(37)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에서 이창동 감독에게 영화를 배웠고, 2016년 아이들을 내세운 장편 '우리들'로 데뷔한 그다. 세간에선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지만, 그는 이미 제 이름을 고유명사로써 정립시켰다. 윤가은은 윤가은인 것이다.
'우리들'에서 그는 어린 소녀들의 시선으로 내려와 외톨이 '선'과 전학생 '지아'의 우정의 변모를 최대한 투명하게 응시하려 했다. 아이들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고, 어떻게 대화를 나누는지, 그들의 일상은 어떤 모양과 형태로 빚어지는지를 세밀화처럼 그려낸 것이다.
"때는 2015년 가을이었어요. '우리들' 편집에 전념할 때였죠. 극중에 아이들이 상처를 주고 받고 싸우며 감정적으로 미세하게 다치는 과정을 바라보니 힘들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있었고, 다음 작품에선 뭔가 해내는 이야기, 같이 위로해주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아이들이 서로를 돕고 자기 가족을 살리 려는 이야기를 구상했고요."
↑ 윤가은 감독 |
'우리집'은 시작부터 마음을 흔든다. 공간은 하나(김나연)의 집. 카메라는 하나의 흔들리는 시선을 정면에서 응시하고 있다. 소녀의 눈앞에서 부모는 부부싸움에 여념이 없고, 그걸 바라보는 열두 살 딸은 불안하다. 그래서 딸은 말한다. "우리, 밥 먹자 " "아빠, 우리 가족 여행가요."
때는 여름방학 기간이다. 하루는 동네에 사는 유미(김시아)·유진(주예림) 자매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유미는 열 살, 유진이는 여덟 살. 둘은 잦은 이사로 친구가 없고, 부모도 자주 못 본다. 영화는 금세 친구가 되는 세 소녀 일상을 차곡 차곡 쌓아간다. 막내 유진이가 유미의 손바닥에 작은 소라를 쥐어주고, 방울토마토를 건넬 때엔 마음에 마치 봉숭아물이 번지는 듯하다. 극 후반, 바닷가로 나선 세 아이가 두 번의 우연 끝에 이르는 장면은 기어이 마음을 적시고야 만다.
윤 감독은 "아이들 눈높이와 말투에 최대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키가 작은 만큼 아이들 눈높이로 내려갔죠. 아이들이 보지 않는 걸 카메라가 굳이 따라가 보여주지 않았고요. 그간에 만난 아이들을 되새겨보고 검색도 많이 했어요. 특히나 대사를 정교하게 쓴다기보다 어떤 단어, 문장이 아이들이 쓸만한 말일까를 고민했죠. 그래서 핵심 단어만 고르고 나머진 배우들에게 물어봤어요. '이 말 이상하니?' '혹시 걸리는 게 있니' 하면서."
'우리집'은 결국 아이들 너머 우리들 이야기다. 자기 가족과 집을 지켜내면서 결국엔 자기 자신까지 지키려는 이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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