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컬처 DNA]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2018~2019년 한국 음악으로 물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음악 차트인 '빌보드 200'과 '핫 100'에 방탄소년단(BTS) 이름이 지속적으로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칼럼니스트들도 앞다퉈 K팝 신드롬에 대한 글을 썼다.
↑ 방탄소년단은 `BTS 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미국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
이에 빌보드 부사장을 맡아 각종 차트를 총괄하는 실비오 피에로룽이 한국에 직접 방문해 K팝의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지식포럼'에서다.
↑ 실비오 피에로룽이 `글로벌 시각으로 바라본 K팝`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
피에로룽 부사장은 이날 '글로벌 시각으로 바라본 K팝'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방탄소년단이 이뤄낸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설명했다. 그는 "'빌보드 200'에서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3번 연속 1위를 차지한 건 방탄소년단을 제외하면 비틀스와 몽키스밖에 없다"며 "방탄소년단이 이제 비틀스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라고 할 만하다"고 상술했다.
↑ 방탄소년단 제이홉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치킨 누들 수프(피처링. 베키 지)`로 빌보드 `핫100` 81위에 올랐다.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
그는 방탄소년단에 앞서 해외시장을 개척해온 선배 K팝 아이돌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피에로룽 부사장은 "K팝은 미국 빌보드와 함께 전 세계적인 성장을 경험했다"며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부터 성장이 관측되기 시작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싸이는 스트리밍(온라인 실시간 재생) 기록도 세우고 빌보드 '핫100' 2위에도 등극했다"며 "외국어 노래가 이런 성과를 낸 건 이례적"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K팝 아티스트는 지드래곤부터 소녀시대, 2NE1, 엑소까지 광폭으로 확장된다.
↑ 2012년 싸이는 빌보드 `핫100`에서 2위를 기록하며 미국에서 K팝의 존재감을 알렸다. /사진=유튜브 캡쳐 |
K팝 팬덤은 팝 음악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독보적 행태를 보인다고 그는 평가했다. 피에로룽 부사장은 "K팝 팬은 아티스트를 지원하기 위해 앨범과 티켓, 상품을 구매한다"며 "팬에게는 실물 앨범을 보유하는 게 밴드와 이어진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아이돌 팬은 앨범의 포장, 아티스트 사인, 사진 같은 기념품을 모은다"며 "특히 CD는 같은 앨범이라도 다른 버전으로 여러 개를 구매하며 전체를 수집하려 든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한국 아이돌 음악을 소비하는 미국인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가 공개한 닐슨뮤직 설문 자료에 따르면 K팝 팬 대다수가 10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이고, 히스패닉은 다른 인종보다 2배가량 많았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듣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는 "미국 K팝 팬의 경우, 고소득층 가정 자녀가 많다"며 "돈이 많아야 고가 상품을 구입하고 음악 행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K팝 팬은 특수 헤드폰, 웨어러블 기기, 음성인식 디바이스를 소유하는 경우도 많다"며 "소셜미디어에서도 활발한 활동량을 보인다. 이번 주 빌보드 소셜차트도 K팝 가수가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 아티스트와 기업이 K팝 가수에게 협업을 요청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여러 기업도 K팝과 컬래버레이션을 희망한다"며 "NCT 127은 캐피톨뮤직그룹과, 블랙핑크는 인터스코프와 손잡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K팝의 산업적 파급력 덕분이다. 지난해 K팝 차트에 오른 아티스트의 미국 내 앨범 판매량은 93만장으로 2017년 대비 499% 성장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미국 내 전체 음반 판매량은 16% 줄었다.
↑ 2018년 K팝 차트에 오른 아티스트의 미국 내 앨범 판매량은 93만 장으로 2017년 대비 499% 증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미국 내 전체음반 판매량은 16% 축소됐다. /자료=빌보드 |
이제 관심사는 방탄소년단이 '핫100'에서 1위를 할 수 있을지 여부다. 방탄소년단은 앨범 판매 순위를 겨루는 '빌보드 200'에서는 세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개별 노래 인기를 다투는 '핫100'에서는 8위가 최고 기록이다. 피에로룽 부사장은 "'빌보드 200'은 앨범뿐만 아니라 콘서트 등 실물 판매량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이 높은 순위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핫100' 같은 경우는 라디오 방송 노출 횟수 같은 부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1위에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힙합을 받아들이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K팝이 '핫100에서 1위를 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할시와 함께한 것처럼 미국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곧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헬레나 코신스키 닐슨 뮤직 부사장이 미국 내 K팝 청취자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이번 세션엔 헬레나 코신스키 닐슨뮤직 부사장도 자리했다. K팝 인기의 지속 가능성을 묻자 그는 "K팝은 글로벌 무대에서 계속 성공할 수밖에 없다"며 "제작사들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코신스키 부사장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언어별로 순위를 내면 영어, 스페인어 다음으로 한국어가 많다"며 "수십억 명 사람이 한국어로 된 음악을 듣는 건 불과 몇 년 사이 생긴 변화"라고 했다.
↑ 2019년 2분기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노래 200곡을 언어 별로 분류했을 때 한국어 노래는 전체 3위에 해당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자료=닐슨뮤직 |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