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긴 터널이 이제서야 끝나는 걸까. 승리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던 YG엔터테인먼트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악동뮤지션이 성공적인 음반활동을 시작한 데 이어 보이밴드 위너 컴백,빅뱅 지드래곤과 태양의 제대까지 예고되면서다.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밴드 위너는 23일 컴백했다. 위너는 이날 세 번째 미니앨범 '크로스(CROSS)' 음원을 발표했다. '크로스'는 앨범 타이틀처럼 각자의 방향과 특색을 지닌 네 멤버가 모여 만든 새로운 교차점을 그렸다. 멤버간 관계성·음악·스토리를 고스란히 담아 팬들에게 다가간다는 목표다..
YG는 '위너' 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버닝썬 파문으로 빅뱅 승리가 지난 3월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고,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6월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면서 홍역을 앓았다. 잇단 사건으로 그룹 대표 보이밴드 중 하나인 아이콘의 컴백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빅뱅' 후속이 절실한 상황에서 후속 그룹 '보석함'의 데뷔도 불투명하다. 대중음악 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은 "위너의 이번 행보가 YG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위너는 자작돌(음반을 직접 작사·작곡하는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 인기몰이에 나선다. 타이틀곡 '소소(SOSO)'는 강승윤이 작사·작곡하고, 송민호와 이승훈이 작사에 참여했다. 이별 후 아픔이 느껴지는 내면과 다르게 덤덤한 척하는 모습을 '그저 그렇다'는 의미인 '소소(SOSO)'로 표현했다. 지난 5월 '아예(AH YEAH)'로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한 위너가 2연타석 홈런을 기록할 경우, YG로서는 과거 위상을 회복할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의 반라(半裸)를 연출하며 강렬한 인상도 남겼다.
위너를 향한 첫 반응은 뜨겁다. 앨범은 24일 기준 아이튠즈 27개국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와 더불어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앨범 차트 1위와 일본 아이튠즈 팝, K팝 부문 1위를 꿰찼다. 타이틀곡 '소소'는 국내 두 곳의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YG 관계자는 "음원 강자인 발라드 가수들이 '콘크리트 차트'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위너가 계단식 상승세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너는 26일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타이베이, 자카르타, 방콕 등 아시아 7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YG의 음원·음반·투어 등 가속화된 수익화 과정 등 산업의 성장은 여전해 펀더멘털 훼손 요인이 없는 데다 연말까지 주요 그룹의 컴백과 투어가 재개되면서 회사 주식의 메리트는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 YG는 악동뮤지션(AKMU) 카드로 재활의 성공적인 한발을 뗐다. 지난달 25일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로 컴백한 악동뮤지션은 '음원 깡패'라는 별명답게 출시 한달 내내 음원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가요 시장에서 보기 드문 장기집권이다. 소속 가수들의 잇단 악재로 속앓이를 하던 YG로서는 단비같은 소식이다. 24일 기준 여전히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실시간 음원차트 1위다. 지난달 25일 음원 공개 이후 이날까지 무려 30일째다. 멜론을 포함한 지니, 올레뮤직, 벅스, 소리바다, 네이버, 몽키3 등 7개 음원사이트 10월 3주차 주간차트(10월 14일~20일)도 휩쓸었다. 음원 차트에서 압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악동뮤지션은 오는 12월 14일과 1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악뮤 항해 투어 인 서울'을 연다. 지난 2017년 '일기장' 콘서트 이후 약 2년 만의 공연이다.
부활의 마지막 카드는 지드래곤과 태양이다. YG는 빅뱅이 그 위상을 세웠다고 할 정도로 회사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미 그룹 '빅뱅'으로는 재기가 불가능하지만, GD와 태양의 솔로활동은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GD는 2017·2018년 대중음악 작사부문 저작권료 1위 타이틀을 보유할 정도의 실력파 아이돌이다. 아이돌 저작권 수익 1위도 GD의 몫이다. 다음달 전역하는 태양이 GD와 듀엣 활동을 이어나갈 경우 시너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문용민 평론가는 "아티스트로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였던 GD와 태양의 복귀는 YG에게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분석했다. YG 관계자는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 멤버와 회사간 재계약 문제는 숙제로 남아있다.
신입 그룹의 출격이 YG 이미지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음악 외적인 요소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만큼, 음악이라는 정공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YG는 그룹 내 네번째 보이그룹을 런칭하기 위해 '보석함'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그룹 내 악재가 겹치면서 데뷔 일정이 지연지고 있다. YG 관계자는 "신인 '트레져13' 멤버들은 데뷔를 위해 착실히 연습을 진행 중이며, 구체적 데뷔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SK증권은 전영현 연구원은 "아티스트의 활동 재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
그룹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내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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