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잇따라 단편영화를 공개하면서 이것이 삼성영상사업단 부활로 이어질지 충무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990년 중반 운영됐던 삼성영상사업단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한국 영화계에 현대적 경영과 관리 체계를 도입한 것으로 평가받는 조직이다.
28일 삼성전자는 유튜브와 올레TV, BTV, 유플러스TV 등 각종 채널을 통해 43분짜리 단편영화 '선물'을 공개했다. 메가폰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덕혜옹주'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잡았다. 주연은 최근 '바람 바람 바람', '극한직업'으로 코믹 연기 진수를 선보인 신하균과 K팝 스타인 엑소 수호,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독특한 색깔을 드러낸 김슬기가 맡았다.
소재는 시간여행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실현할 자금은 없는 청년들 앞에 50년 전 과거에서 온 수상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한다.
↑ 삼성영상사업단 로고
삼성전자는 이 영화를 청년 혁신창업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C랩'과 이를 통해 탄생한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를 소개하면서 삼성이 최근 그룹 차원에서 강조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각하려는 취지다. 삼성 관계자는 "영상물에 익숙한 젊은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영화계에선 삼성영상사업단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말 '두 개의 빛: 릴루미노'를 선보이며 영화계에 첫발을 들인 이래 '별리섬', '메모리즈', 4부작 웹드라마 '고래먼지'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 삼성영상사업단이 제작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초 '쉬리'.
삼성영상사업단은 1995년 '헐리웃 방식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삼성물산의 영상및 방송사업, 삼성전자의 음반사업, 제일기획의 방송및 음반사업 등을 통합해 출범했다. 이후 천재의 '감'에 의존하던 국내 영화계에 시
스템을 적용해 지금의 한국 영화계 초석을 닦은 것으로 인정된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초인 '쉬리'는 사업단의 대표작이다. 2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사업단은 1999년 해체했지만 이곳 출신은 영화계 곳곳으로 퍼져 '기획'부터 시작하는 체계적 제작 노하우를 전파한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