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연습하고 AI 이긴 이세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 허무해"

인공지능(AI) 한돌을 꺾은 이세돌 9단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하지만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하다는 표정도 함께 지었습니다.

이세돌은 오늘(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 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습니다.

1국은 2점 접바둑으로 열렸습니다. 한돌의 실력 우위를 인정한 이세돌이 흑돌 2개를 미리 깔고 대국을 시작했습니다.

2국은 이세돌과 한돌이 동등하게 맞대결하는 호선으로 열립니다.

1국 승리 후 이세돌은 "인공지능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호선으로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2점을 깔고 두자니 재미가 없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알고 싶어서 치수 고치기 대국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세돌이 2점을 깔고 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2점을 깔았을 때 당황스럽기는 했다"며 "사실 열흘 정도 2점 접바둑을 연습했는데, 연습하면서도 신기했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사실 이세돌은 지난 7월 이후 대국 일정이 잡히지 않아 바둑을 손에서 놓고 있었습니다.

그는 "5개월 정도 바둑 경기가 없었고 연습도 안 했다"며 "근래 열흘 정도는 바둑만 생각했다. 자고 먹는 시간 외에는 연습만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1국에서 한돌을 이기리라고는 이세돌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세돌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조금 허무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지만, 2국(19일)과 3국(21일)에서는 한돌이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저도 이런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한돌의 '분발'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돌은 이세돌의 78수에 무너졌습니다.

이창율 NHN 게임 AI 팀장은 한돌이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세돌은 "78수는 프로라면 누구나 그렇게 두는 당연한 수였다"며 "한돌이 그렇게 한 게 너무 의외다"라고 받아쳤습니다.



이세돌은 "열흘 동안 2점으로 많이 연습했는데, 사실 집에서는 2점으로 둬도 승률이 5 대 5가 안 됐다. 오늘 대국도 5 대 5의 확률도 안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조금 이해가 안 간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이어 "한돌이 훨씬 고사양의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알았는데, 사실 그런 게 아닌 게 아니었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세돌은 호선으로 두는 2국에 대해 "솔직히 조금 힘들 것 같다. 승패보다는, 마지막이니 최선을 다하겠다. 최선을 다하면 종종 기적이 일어나지 않나"라며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