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화관 서울 을지로점의 모습. 담화관은 옹기종기 둘러앉아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사진 제공 = 담화관] |
◆ "영화 이야기 갈증 채워드려요"
지난해 10월 정식 런칭한 담화관에서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 단지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만 나눌뿐이다. 단발성 '스팟모임'의 경우 3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참석자에게는 간단한 음료와 다과 등을 제공한다. 이인범 담화관 기획팀장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부흥하고 있는 소셜 살롱 문화에서 착안해 영화와 관련한 살롱 문화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 담화관 이인범 기획팀장이 인터뷰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 팀장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 담화관을 설립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 = 김형준 인턴기자] |
◆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나누는 속 깊은 이야기
이날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버드맨'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날. 모임이 시작되자 리더 격인 '파트너'는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모임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는 나누고픈 이야기는 주저 말고 던질 것, 둘째는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담화는 깊어진다는 것, 셋째는 별명으로 서로를 불러야 모임이 더 특별해진다는 것이다.
모임에선 동네 이름과 별명 '00동 000'으로 서로를 부른다. 나이도, 이름도 밝히지 않지만 주로 20~30대로 구성된 멤버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별명과 하는 일 등을 말하며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다. 영화계 종사자부터 의료인, 디자이너, 대학원생 등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어색함이 녹는다. 서로를 알아가는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다.
↑ 담화관 삼성점에서 모임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담화관은 을지로, 강남, 삼성, 합정점을 운영하고 있다. 모임은 `아이스브레이킹`, `영화 이야기`, `우리 이야기` 순으로 진행된다. [사진 제공 = 담화관] |
2부는 '우리 이야기'다. 영화를 삶으로 끌어 온다. "주인공처럼 과거의 성공에 정체돼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누군가의 인정이나 관심을 열망해봤나"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친한 친구들보다 편하게 나눈다.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을 덧붙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3시간이 훌쩍 지나 모임이 끝난 후 희망하는 멤버들에 한해 '맥주 뒤풀이'를 가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게 했지만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감'이었다. 영화에 대한 공감과 삶에 대한 공감. 털어놓고 싶어도 창구가 없었던 이들이 담화관을 통해 이야기하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 "그냥 수다가 아닌 삶의 원동력"
이날 모임에 참석한 '성현동 코다르' 씨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영화 이야기를 하며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좋다"며 "단순한 수다가 아니다.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생에 대입시키고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함께 참석한 '공릉동 러셀' 씨는 담화관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런 모임을 좋아해 영화모임을 직접 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모임을 만들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서 "콘텐츠가 정해져 있고 소비자들은 그것을 고르기만 하면 돼 이런 스타트업 서비스가 참여하기 참 좋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은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는 열심히 들으려 하고 있다"며 "너무 만족스러운 시
담화관의 두 가지 축은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과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 팀장은 "담화관을 통해 삶의 감성적·질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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