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살바도르 말로는 좌절감에 빠져 작품활동을 중단한 채 살아가는 영화감독이다. [사진 제공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페인 앤 글로리'는 수많은 마스터피스를 빚어낸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의 이야기다. 그는 작품 활동을 중단한 채 지내고 있다. 척추와 호흡기에 발생한 건강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연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는 32년 전 자신이 찍어두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외면했던 작품 '맛'을 다시 보게 되고, 그 이후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맛'의 주연 알베르토를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된다. "영화를 못 찍는다면 내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그는 인생의 의미와 다시 만나게 될까.
↑ 주인공은 32년 전 찍었던 본인 영화의 주인공 알베르토(오른쪽)를 만난 후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된다. [사진 제공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그러다 기억에 스친 한 장소, 살 곳이 없어 여기저기 떠돌다 진입한 옥상집이다. 천장이 없어 비가 들이치는 그 집에 살게 된 어머니는 좌절하지만, 주인공은 쏟아지는 햇볕에 즐거워한다. 그렇게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 영광과 고통의 우열 관계를 허물어 버린다. 주인공이 고통을 피해 돌아간 과거는 객관적으로 보면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감독으로서 누린 모든 영광이 융해돼 있는 현재의 호화로운 집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카타콤' 같았던 과거의 거주지를 그리워한다.
이 작품은 인생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명작만 찍어온 영화감독이 매일 밤 자신의 몸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보고 싶은 영화는 본인의 어린 시절인 것이다. 관객이 영화를 찾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영화 사이를 헤매면서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혹은 행복해 할 순간을 찾는 건지도 모른다.
↑ 창작자로서 모든 `영광`을 누린 주인공이 그리워하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없어 빵 조각으로 연명했던 가족의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사진 제공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곳곳에 감행한 형식적인 실험도 인상적이다. 주인공이 본인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 쓴 '중독'이라는 에세이를 알베르토가 읽을 때, 이것은 문학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아울러 주인공이 배운 지질학과 생물학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움직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쓰는 장면은 환상적이면서도 영화의 몰입도를 배가한다.
주연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이 작품으로 작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모
2월 9일(현지시간)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두고 경쟁한다. 국내 개봉은 2월 5일, 청소년관람불가.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