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술 마실 준비가 됐습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현지시간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재치 있는 소감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봉 감독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뒤 유일하게 영어로 말한 "오늘 밤, 술 마실 준비가 됐다"(I'm ready to drink tonight)라는 마지막 한 마디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한국어로 "이 부문 이름이 올해부터 바뀌었다"는 말로 입을 열었습니다.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뒤 첫 번째 상을 받게 돼서 더더욱 의미가 깊다"면서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바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우리 모든 예술가에게 찬사를 보낸다. 제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 네온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벅찬 감사를 전했습니다.
화제가 된 부분은 수상소감의 마지막 한 마디였습니다.
줄곧 통역을 통해 소감을 전하던 봉 감독이 직접 영어로 "오늘 밤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 내일 아침까지 말이다"(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그의 유일한 영어였지만, 그에게 필요한 전부였다"며 봉 감독의 수상소감 영상을 리트윗했고, MTV뉴스 등 일부 언론사도 트위터에서 해당 소감을 첫 제목으로 인용해 수상 소식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봉 감독의 마지막 수상 소감 부분만 편집해 '밈'(meme·인터넷상의 재미있는 이미지)으로 만들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감독상을 연이어 수상한 봉 감독은 한국어로 또다시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봉 감독이 이어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책에서 읽었다. 그 말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었다"고 말
참석자들은 봉 감독과 스코세이지에게 '브라보'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봉감독은 또 객석에 앉아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쿠엔틴 형님'이라고 부르며 미국에서 봉 감독의 영화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좋아해 줘서 고맙다면서 "아이 러브 유!"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