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UPI = 연합뉴스] |
송강호 배우도 참여한 이날 회견에서 봉 감독은 빈부격차라는 틀로만 영화를 평가하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봉 감독은 전세계 언론 등이 빈부격차를 인기 이유로 꼽는 것과 관련해 "빈부격차는 어떤 의미에서 관객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갈 수 있어 그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직접적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부분은 예측을 뒤집는 스토리 전개, 특히 후반부 전개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또 "칸영화제에서도 후반부 내용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역시 후반 전개가 신선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도 "영화를 통해 양극화라는 사실 자체를 들춘다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이 사회가 좋아질 것인가, 양극화는 극복될 것인가 등 불안감과 두려움을 같은 것을 한번 고스란히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또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목소리 높여 주장하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영화적 아름다움 속에서 시네마틱한 방법으로 재밌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왜 영화에서 냄새를 강조했는가란 부분에 대해선 "영화에선 빈부격차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에 대해서도 그리고 있다"며 "예의를 잃어버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냄새란 일상생활에서 느껴도 말하는 것은 쉽지 않고 또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며 "의도치 않게 냄새에 대해 말해버리는 상황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선을 넘어버린 상황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배우들이 냄새를 맡을 때의 표정이 훌륭해 섬세한 표현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한국 영화 산업의 강점에 대해 "정부차원 지원은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에 맞춰져 있다"며 "(기생충 등은) 민간기업들이 투자, 배급을 맡고 있는 것이어서 한국영화산업이 굴러가는 나름의 건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일본 영화에 대해선 이마무라 쇼헤이, 구로사와 기요시, 사카모토 준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언급하며 "일본 감독들의 다양한 스펙트럼, 폭넓은 영화적 세계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결코 두려움과 공포와 불안은 우리가 과장하거나 과도하게 대응하거나 여러가지 국가적, 인종적, 사회적 편견을 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강호 배우는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가 일본에 많이 소개됐는데 이후 한일간 교류가 적은 것은 안타깝다"며 "이 작품으로 한국과 일본이 각각 멋진작품으로 관심을 가져나가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또 "(봉 감독은) 음흉한 천재감독"이
현재 일본 극장에서 상영중인 기생충은 22일까지 220만명 관객과 30억엔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한국영화론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